건 강

소변 탁하고 거품 많으면 콩팥병 의심

푸른물 2012. 11. 22. 08:39

소변 탁하고 거품 많으면 콩팥병 의심
콩팥기능 50% 망가져도 증상없어 더 무서워
만성신부전증 5년 생존율 암보다 낮은 39%
콩팥병 환자 덥다고 물 많이 마시면 禍 불러
기사입력 2012.07.06 17:05:27 싸이월드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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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우리 몸에 들어간 물(수분)은 기본적으로 콩팥(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물을 자주 찾게 되는 여름철은 여러 장기 중 `콩팥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없다. 그러나 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마시면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가톨릭대 의대 신장내과 장윤식 교수(대한신장학회 이사장)는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물을 많이 마셔도 콩팥에서 몸 안의 수분과 전해질(체액에 녹아 있는 나트륨ㆍ칼륨ㆍ칼슘이온)을 균형 있게 조절한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전해질의 과잉 유출로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콩팥 질환은 물이 콩팥을 거쳐 배출되는 소변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콩팥은 일단 사구체(신동맥에서 나온 모세혈관들이 실타래처럼 뭉친 덩어리)에서 오줌(원뇨)을 만든 뒤 이 원뇨의 99%를 재흡수한다.

하지만 평소보다 수분 섭취가 많이 부족하면 재흡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소변이 농축돼 소변 색이 진하게 보인다. 또 소변이 뿌옇게 보이면 사구체콩팥염(사구체신염), 급성콩팥기능상실증(급성신부전증), 만성콩팥기능상실증(만성신부전증) 등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이들 질병은 정상적인 사구체에서는 분비가 안 되는 단백질이 빠져나가서 생기는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할 수 없는 콩팥을 지키려면 일반 질환처럼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대표적인 콩팥병에는 콩팥깔때기염(신우염), 사구체콩팥염, 콩팥결석, 요로감염 등이 있다.

김영훈 인제대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은 기능이 50% 이하로 줄어들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향이 흔하다"며 "만성 콩팥병은 일단 말기로 진행하면 치료가 쉽지 않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콩팥 한 번 망가지면 회복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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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은 강낭콩처럼 생겼고 한쪽 무게는 약 120~190g쯤 나간다. 양쪽 갈비뼈 아래에 있는 콩팥은 길이가 약 10~14㎝, 폭은 5~6㎝, 두께는 2.5~3㎝로 어린아이 주먹만 하다. 양쪽 콩팥을 합쳐 약 250만개의 네프론이라는 단위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네프론은 사구체(토리), 토리세관, 콩팥세관고리, 먼쪽세관 및 집합관으로 구성돼 있다. 집합관이 모이는 지점에는 콩팥유두가 있고 이는 작은 콩팥잔, 큰 콩팥잔으로 연결된다. 콩팥깔때기는 요관과 연결돼 있으며 여러 콩팥잔(신배)이 모여서 형성된다.

콩팥은 심장의 2분의 1 크기지만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콩팥은 사구체라는 미세한 필터로 혈액의 불순물을 걸러낸다.

또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을 조절해 염분 농도를 조절해줄 뿐만 아니라 혈압 조절과 적혈구 생성을 돕고 혈액이 산 또는 알칼리 상태로 치우치지 않게 도와준다. 이런 이유로 콩팥은 우리 몸의 정수기라고도 불린다.

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그 기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

장윤식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말기 신부전증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9.3%로 암환자 평균 생존율 49.9%보다 낮다"며 콩팥병이 암보다 무섭다고 경고한다.

주위에서 콩팥을 떼줬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콩팥이 한쪽만 남으면 나머지 한쪽 콩팥의 크기가 커져 나머지 한쪽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나머지 하나 남은 콩팥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당뇨를 동반해 각종 심혈관계 질환까지 유발, 결국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콩팥 이상으로 생긴 말기신부전 환자는 약 5만2000명(2008년 기준)에 달한다. 이 중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는 3만3400여 명(64.3%)으로 가장 많고 콩팥이식 환자는 1만700여 명(20.6%)이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1988년 5142명에서 최근 10배 이상 늘었으며 2030년께는 11만명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당뇨병 환자 3~4명 중 1명꼴 콩팥병

콩팥병은 대도시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한신장학회가 전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 2395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8%가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콩팥병의 인지도는 2.8%로 당뇨병과 고혈압의 위험 인지도 50.3%, 33%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조영일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은 50% 이상 손상돼도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을 찾을 시점이면 이미 콩팥 절반 이상이 망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콩팥병이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콩팥병이 무서운 것은 당뇨병과 밀접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3~4명 중 1명꼴로 만성콩팥병이 함께 나타난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조절을 잘하지 못할 경우 고혈당은 서서히 혈관을 손상시키고 혈관으로 이뤄진 장기인 콩팥도 손상을 받게 된다. 콩팥이 손상되면 가장 먼저 미세 알부민뇨가 발생한다. 미세 알부민뇨는 소량의 알부민이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으로 콩팥 손상의 최초 소견일 뿐만 아니라 후에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있는 중요한 소견이다.

콩팥 손상이 진행되면 단백뇨가 본격 나타나고 단백뇨가 점점 심해지면 부종이 발생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악화된다. 이와 동시에 콩팥 기능이 서서히 악화돼 결국 말기신부전 상태가 된다.

당뇨병(糖尿病)은 글자 그대로 당이 소변 중에 섞여 배설돼 지어진 이름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혈액 중에 당의 농도가 높은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 진단 기준은 공복혈당 126㎎/㎗, 식후 2시간 뒤 혈당 200㎎/㎗ 이상이다.

◆ 정기검진이 콩팥병 예방 지름길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책은 소변검사나 혈액검사를 1년에 한 번씩 받는 것이다.

송준호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병은 다른 병들과 달리 증상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 당뇨가 있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을 발견할 수 없다"며 "가까운 비뇨기과나 병원 등을 통해서 간단히 검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해 진단하면 적절한 치료로 일반인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으로 악화된 다음에야 진단을 하게 되면 병의 진행을 막기 어렵다. 송준호 교수는 "만성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정상의 30~40%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약간 피곤하거나 조금 붓고 소변 볼 때 거품이 좀 나는 것과 같은 아주 막연한 증상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콩팥병 검진은 단백뇨검사, 심장초음파검사, 혈관초음파검사 등이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소변을 이용한 단백뇨검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심장초음파검사, 혈관초음파검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싸고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의 초기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훈 교수는 "유럽고혈압학회는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큰 고혈압 환자에게 예상사구체여과율(콩팥의 배설기능을 나타내는 지표)과 정량적 요단백뇨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소변검사를 통해 임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