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그대가 없다면

푸른물 2012. 11. 10. 09:31

그대가 없다면 / 미겔 에르난데스(1910~1942)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가득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이 없다면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내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잎마저 시들어가는 고난의 길입니다.

 

그대 음성이 들리지 않으면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라는 별이 없다면 나는 어디를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어 내 목소리는 자꾸 약해집니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그대 냄새 쫓아

희미한 그대 흔적을 더듬어봅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돼

나에게서 꿑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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