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한때는 모든 게 콤플렉스 지금은 모든 게 경이롭다"최승현 기자 vaidale@ch

푸른물 2011. 1. 8. 10:53

한때는 모든 게 콤플렉스 지금은 모든 게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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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07 03:02 / 수정 : 2011.01.07 08:47

음악드라마 주인공·오디션 프로 심사위원으로 재조명받는 '부활' 김태원
"내일이 더 중요한 도전자들 상처보단 용기 주고 싶어
이승철과는 언젠가 다시 아름다운 음악 함께했으면"

칠흑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로커가 누구나 만만하게 다가가는 연예인이 됐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통해 '국민할매'라는 별명을 얻은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46)이다. 부실한 체력과 엉뚱한 상상력으로 TV 시청자들에게 폭소를 안겨주고 있는 그는 "콤플렉스로 점철된 내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세월"이라며 스스로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창조한 선율에 한 번이라도 매혹된 경험이 있는 팬들에게는 섭섭함이 남았다. 뮤지션 김태원에 대한 갈망. 그런데 작년 말부터는 이마저도 해소됐다. 그가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자신의 음악 내공을 TV 밖으로 시원하게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정한 비판보다는 사려 깊은 조언에 힘쓰는 그를 두고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찬사도 이어진다.

"귓전을 때리는 노래보다 도전자가 살아온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어요. 자신의 삶에 스토리가 있다면 사람들 가슴에 와 닿는 음악을 만들 수 있거든요. 오늘보다 내일이 중요한 그들에게 상처보다는 힘을 줘야 한다는 게 제 심사철학입니다."

각종 TV 예능 프로에 출연하며‘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로커 김태원. 그는“남들을 웃기려고 미리 준비해서 녹화에 참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음악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도 즉흥적인 게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는 법”이라고 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김태원에게 음악에 인생을 건 청년들과의 대화는 일상이었다. 그는 "평생 공연장 혹은 술자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들려주고 살아왔다"며 "요즘은 그 얘기를 TV로 전파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조숙한 응시자들에 대한 의아함도 털어놓았다. "나이 스무 살 때 저는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음악에만 심취해 있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스무살밖에 안 된 친구들이 마치 사회를 다 아는 듯이 얘기하니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다"고 했다. "사실 마음을 담지 못한 채 기교만으로 노래하는 친구들도 자꾸 눈에 띄어서 안타깝습니다. 공식은 모르고 답만 아는 셈이죠. 노래하는 기계가 돼서는 안 되는데…."

그에게는 오디션 심사위원도 평생 직업이다. 1986년 데뷔한 부활은 이승철, 고(故)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이성욱 등 많은 절창(絶唱)을 세상에 쏟아냈다. 이는 모두 리더 김태원의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

2002년‘네버엔딩스토리’발표 당시의 부활. 왼쪽과 오른쪽 끝이 김태원과 이승철이다. 김태원은“기회가 온다면 이승철과 다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부활 보컬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 숫자가 1만명쯤 될 겁니다. 판단의 기준이요? 마이크 앞까지 걸어오는 모습에서 대부분 결정이 나죠. 열정이 있는 사람은 눈빛부터 달라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묻죠. '네 정체가 뭐냐?'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박완규였어요. 조금도 기죽지 않고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역시 그는 소름 끼칠 정도로 엄청난 가창력을 뿜어냈죠. 노래할 때도 먼저 눈길을 주는 곳은 손입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손의 움직임이 당차고 자연스럽거든요. 저는 눈과 함께 손도 마음의 창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작년 말 음악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조명되기도 했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락ROCK樂'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는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며 "젊은 날의 방황이 좋은 음악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은 왜 이렇게 음악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은지 모르겠어요. 너무 쉽고 편안하게 음악을 하려는 세태가 걱정스럽습니다."

"왜 그렇게 방황했느냐?"고 묻자 "모든 게 콤플렉스였다"며 피식 웃었다. "외모에 대한 불만도 많았고 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고 살았어요.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늘 어둠만이 가득했죠. 부활로 활동을 시작한 뒤에도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는 저 대신 늘 승철이(이승철)만 세상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는 "이제야 그런 콤플렉스를 훌훌 털어냈다"고 했다. "저처럼 허약하고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 TV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걸 보고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국민할매'라는 별명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수많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잖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승철이하고는 언젠가 다시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모든 3류들의 부활을 위한 김태원의 외침, 드라마 '락락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