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악 대청봉, 지리산, 북한산… 전국 20여곳 케이블

푸른물 2010. 10. 24. 08:03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악 대청봉, 지리산, 북한산… 전국 20여곳 케이블카 신설

  • 변우혁 고려대 교수·환경생태공학
  •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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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18 23:03

정부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거리 기준을 2㎞에서 5㎞로 늘리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일 공포했다. 이에 따라 강원 양양군은 서면 설악산 오색지구에서 대청봉 밑 관모능선까지 8인승 곤돌라 83기를 운행하는 오색로프웨이(4.73㎞)를 추진하고 있다. 지리산은 전남 구례군이 지리산온천~노고단(4.5㎞), 경남 함양군이 창암산~제석봉(3㎞), 경남 산청군이 중산리~제석봉(4.5㎞), 전북 남원시가 고기삼거리~정령치(4㎞)구간에 케이블카 설립을 추진중이다.

북한산은 북한산성 주차장~의상봉~보현봉(4.2㎞), 속리산은 야영장~문장대(4.73㎞), 월출산은 천황주차장~광암터, 한려수도는 한산도~내도 등이다. 이 밖에 강원도에는 강릉 성산면어흘리~대관령휴게소(4.95㎞), 인제 용대주차장~백담사(4㎞) 구간 등 전국에서 산과 해상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인 곳이 20여곳. 한 곳에 3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변우혁 고려대 교수·환경생태공학
[찬성] 3000만명 걸어 올라 山이 파괴되고 있다
북한산 605 조각으로 파편화… 권금성, 케이블카 후 생태 회복

자연에 아무런 인공 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 이용하자는 발상은 이론적으로 타당할지 모르나 우리 현실에서는 이상론에 가깝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이미 발로만 걸어 다닌다고 자연이 그대로 유지되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연간 3000만명 달하는 인파 탓에 넓은 등산로도 부족해 수많은 샛길이 만들어져 산이 조각나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74개의 탐방로 외에 365개의 샛길이 만들어져서 605조각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또한 대부분의 탐방객이 아래서부터 정상까지 걸어서 오르는 바람에 산이 밟히는 데서 오는 피해가 심각하다.

이 같은 정상정복형의 탐방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국립공원의 수용력을 높이고 자연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수직 탐방에서 수평 탐방으로 바꾸거나, 정상정복형이 아닌 정상조망형으로의 전환 등 다양한 탐방문화가 도입돼야 한다. 케이블카는 정상조망형 탐방 문화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며, 환경보호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된다.

2008년 개통한 경남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길이가 국내에서 최고 긴 1975m로 날씨가 좋으면 일본 쓰시마섬까지 볼 수 있다. /연합

산을 탐방하는 것은 육체가 건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산의 장엄한 경관을 감상할 권리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케이블카가 필요하다.

케이블카가 경관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과거 잘못된 사례에서 온 선입견이다. 케이블카로 인한 직·간접적인 생태 영향은 등산로에 비해 오히려 작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가 만들어진 후 훼손되었던 등산로는 이용이 전무하여 완전히 자연 식생으로 복원되었다. 정상부 케이블카 종점에 적절한 보호수단을 강구한다면 추가로 증가된 이용객을 수용하면서도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보호시설이 될 수 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케이블카를 타고 명산대천을 짧은 시간에 관광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700여만 명 중 국립공원을 찾는 이는 15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국토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 건설의 필요성이 과거에는 지역경제발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현재에는 환경문제 해결과 외국 관광객 유치 차원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호주 케언즈의 스카이 레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지정구역과 국립공원에 걸쳐 있다. 남아공의 케이블마운틴 국립공원의 케이블카가 연간 수송하는 이용객 100만 명 중 외국인이 80%에 달한다.

케이블카 건설이 난개발을 초래하고, 자연 훼손방지 대책들이 차츰 허물어질 것이란 우려는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완벽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우선 대상지 선정이 잘 돼야 한다. 산 정상부에서는 이용객이 제한된 지역만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케이블카 설치 구간에는 등산로를 폐쇄해야 한다.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처음에는 육상과 해상의 국립공원에 몇 개의 모델 사업을 추진한 후 장기간 모니터링을 거쳐 추후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

[반대] 경관·환경 망치고 지역상권도 결국 손해
기존 케이블카 환경 훼손 결론… 내장산 정상 정류장 유원지화

자연보존지구는 국립공원에서도 핵심적으로 보호해야 할 곳으로 국토면적의 1.4%밖에 되지 않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설도, 행위도 제한해야 하는 곳이다. 최근 공포된 자연공원법 시행령은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5층 높이의 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자연보존지구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사례는 국립공원을 최초 지정한 196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립공원이라도 자연보존지구가 아닌 곳은 선로 길이의 제한도 없으니 머지않아 국립공원은 케이블카 선로가 거미줄처럼 엉킬 수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내장산, 덕유산, 설악산 등 세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 세 곳을 분석한 후 우리나라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는 환경훼손 시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했다.

내장산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인하여 상부 정류장 주변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원지가 되었으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사람들이 걸어내려 오면서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단절되고 말았다. 이 군락지는 내륙 북방한계선에 위치하는 학술적 가치 때문에 천연기념물(제91호)로 지정된 것이다.

덕유산국립공원은 인근 스키장에서 편법 운영하는 스키장 케이블카로 향적봉 아고산 지역이 초토화되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권금성 일대가 풀도 나무도 살지 않는 땅이 돼버렸다. 이처럼 케이블카는 정상부 황폐화와 오염원 증가, 연결 등산로 훼손, 경관 파괴 등 생태·경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시설이다. 또한 케이블카는 선로 아래 나무를 지속적으로 가지치기해야 하니 케이블카 선로가 지나는 지역의 식물생태계는 단절되게 된다.

케이블카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현재 자연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적자다. 그렇다 보니 사업자들은 시·종점부 정류장을 증축하고 주변에 다른 유흥시설을 건설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주변 상권까지 흡수해버려 주민의 삶은 더 어렵게 된다.

케이블카의 경제성 모델로 거론되는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는 해상 경관을 조망한다는 특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러나 해상 경관을 조망할 케이블카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케이블카는 머무는 여행을 스쳐가는 여행으로 바꿔버려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에 불이익만 가져올 뿐이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던 때 공원관리는 건설부가 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생태환경에 대한 가치 때문에 환경부가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환경부가 앞장서 법을 개정했다. 환경부가 중심을 찾지 않는다면 모든 국립공원, 모든 봉우리마다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도 있다. 이는 환경부도 원치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환경부는 국립공원특별보호구, 반달가슴곰 등 야생 동·식물 서식지, 주요 경관지 등에는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 없도록 관련 규칙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