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健保 무료혜택 악용한 '의료쇼핑' 백태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기자

푸른물 2010. 10. 5. 13:24

健保 무료혜택 악용한 '의료쇼핑'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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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04 02:57

1년에 당뇨병약 8267일치 받아간 환자도
약 내다팔고, 다이어트 위해…
무분별 처방 받는 경우 많아
과다복용으로 건강해칠 우려도…

부산 사하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A(40)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부산 시내의 내과·정형외과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약을 처방받는 것이 일과다. 당뇨·고혈압·혼합형 우울장애·척추협착·근육통·천식·위염·기관지염 등을 동시에 앓고 있는 A씨가 작년 한 해 동안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을 타간 날(급여일)은 모두 합쳐 1만6066일에 달하고, 국고 등에서 약값·진료비로 지급한 금액은 6976만원이나 된다. 하루 평균 44일치의 약을 처방받거나 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당뇨병약을 8267일치, 순환계약 6823일치, 소화기관약 5823일치 등을 중복해 처방받았다. 저소득층 등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1종)인 그는, 무료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해 이처럼 '의료쇼핑(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의약품을 처방받는 것)'을 한 것이다.

◆약물중독·다이어트용…

3일 국회 보건복지위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의료급여로 병의원·약국 등에 지급된 국고 지출액은 총 4조7548억원으로 2008년(4조4735억원)보다 2813억원(6.3%) 늘었다. 이처럼 의료급여액이 증가하는 것은 진료비의 0~15%(약국 이용 시 500원)만 부담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과도한 의료 이용도 한몫 거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급여(처방·진료) 일수가 2000일을 넘어선 수급권자는 379명이었다. 복지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적정하게 이용한 경우는 81명(21.4%)뿐이었다. 나머지는 ▲약물 오남용(89명·23.5%)이거나 ▲잘못됐다는 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약품을 타서 쌓아놓는 경우(변화의지 없음·75명·19.8%) ▲의료쇼핑 성격이 55명(14.5%) 등이었다. 약물 중독 상황이거나, 공짜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여성 B(30)씨는 주로 '다이어트' 목적으로 지난해 2639일치 의료급여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이뇨제(소변량을 늘려 수분 배출을 촉진하는 약)를 1334일치, 정신신경약(항우울제 등 식욕을 떨어뜨리는 약) 972일치 등을 처방받았다.

부산 중구에 사는 C(53)씨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마약성 약물인 '코데날'을 처방받기 위해 수십곳의 병·의원을 돌아다녔고,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는 D(55·대구 북구)씨는 정신신경약을 998일치 타갔다. 부산 사상구에 사는 E(54)씨는 피부질환에 쓰이는 연고를 총 414일치 받아갔는데, 불법으로 판매할 목적인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했다.

◆의료쇼핑 근절책 효과 미지수

문제는 이 같은 과도한 진료·처방에 따른 재원 낭비를 제어할 방법이 당장은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올해 3월부터 의료급여 수급자가 같은 의약품을 6개월간 215일을 초과해 중복 처방받으면 이후 3개월간 약제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6개월씩 1~2차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 내년 3월쯤에야 실제로 비용을 부담하는 케이스가 나올 전망이다. 더구나 제도 도입에도 올해 6월 현재 급여일수가 A씨는 8615일, E씨는 4376일을 넘는 등 여전히 의료쇼핑을 끊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환자들이 하루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같은 약물을 처방받아도, 병·의원이나 약국이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현재는 없다. 의료기관은 환자를 1명이라도 더 받으면 그만큼 보험 급여를 더 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 '의료쇼핑족(族)'을 적발할 유인(誘因)도 적다.

더 큰 문제는 수급권자들의 '모럴 해저드'에 따른 약품 오남용과 과다복용이 결국 그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의료급여제도

기초생활보장대상자나 국가유공자, 탈북자, 의사상자 등 소외계층에게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제도. 근로능력에 따라 1종과 2종으로 나뉘는데, 입원진료의 경우 1종 수급자는 무료, 2종 수급자는 10%만 부담하고, 외래진료는 1종은 1000~2000원, 2종은 1000원 또는 진료비의 15%까지 부담한다. 근로능력이 없는 기초생보자는 1종,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보자는 2종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