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춤형 시설·프로그램 운영 '북부노인병원'
원예치료… 음악치료… 영화교실…1층 '대나무 공원' 2층 '하늘 공원'
복도·계단까지 유리로 자연 채광
"할머니, 꽃이 예쁘죠?"지난 23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 망우동 북부노인병원 '열린 공원'에 핀 들국화 앞에서 한 간병인이 휠체어에 탄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그 옆 벤치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손녀들과 요구르트, 과자를 나눠 먹고 있었다.
병원 안은 대부분 벽이 유리창으로 돼 있어 햇살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왔다.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았다. 1층 중앙에 만든 대나무 공원은 숲 속에 간 느낌이 들게 했다. 병실마다 테라스를 따로 둬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쉴 수 있게 했다.
- ▲ 서울 중랑구 망우동 북부노인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이 간호사의 지도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북부노인병원 제공
병원을 설계한 강희성 공간건축 대표는 "노인 병원은 일반 병원보다 환자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유리 재료를 써 채광을 통해 냄새를 없애려고 했다"며 "노인 환자들은 일반 형광등도 어둡다고 느끼기 때문에 복도나 계단까지 유리로 만들어 밝게 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노인 환자들은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 D가 생성돼 우울증 예방에도 좋다"고 말했다.
2층에는 복도 끝 모퉁이마다 대형 TV가 설치된 휴게실이 있었다. 휴게실에서 TV를 시청하던 한 할머니는 공포영화 장면이 나오자 고개를 돌리며 간병인에게 "난 귀신 나오는 건 못 봐, 빨리 다른 거 틀어"라고 했다. 이곳은 병실에는 TV를 두지 않았다. 노인 환자들이 TV를 보기 위해 걷도록 유도하고,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치매 치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북부노인병원은 2006년 5월 서울시가 설립한 노인병원이다.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약 1만8000㎡(5400평)으로, 의료진 21명을 합쳐 150명이 일한다. 병원에는 혈액투석실부터 재활치료실까지 노인 환자를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 병원은 외관도 깔끔하지만 치료 프로그램도 다르다. 오전에는 종이접기와 원예치료·노래교실·음악치료·미술 치료를 하고, 오후에는 파워스트레칭·노래교실·웃음치료·영화교실·건강치료를 하고 있다. 식단도 환자들의 음식 취향에 따라 짜인다.
신장이 나빠 7~8년 전부터 혈액투석을 받는 김춘옥(72·서울 노원구) 할머니는 "오전에는 혈액투석을 받고 오후에는 음악요법이나 웃음요법 교실에 가는데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병원인 북부노인병원은 '아(亞)급성기 병원'으로 분류돼 3개월 넘게 입원할 수 없다. 아급성기 병원이란 종합병원에서 수술 등 치료를 받고 당장 사회복귀가 어려운 환자들을 잠시 치료하는 곳이다. 아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다시 종합병원으로 가고, 상태가 좋아지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으로 옮겨진다. 보호자 김모(64)씨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 한쪽이 마비된 남편을 2개월 전 이 병원에 입원시켰다"며 "병원을 나갈 때가 돼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 병원만 한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