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인문학상' 최종 4强 확정
'2010 동인문학상' 최종심 진출작이 4강으로 압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 김주영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 신경숙)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월간 독회를 통과한 19편의 후보작 가운데 김인숙 소설집 '안녕, 엘레나'(창비), 한강 장편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 정영문 장편 '바셀린 붓다'(자음과모음), 박형서 장편 '새벽의 나나'(문학과지성사) 등 네 편을 최종심 진출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들 작품에 대한 최종심을 거쳐 10월 중 올해의 수상작을 발표한다.
안녕, 엘레나… 상처를 보듬는 새로운 시각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는 1980년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개인의 삶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들을 많이 써서 '민중문학 작가'로도 불렸던 김인숙 소설의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심사위원회는 "가족 간에 주고받은 상처를 보는 시각이 이전의 김인숙 문학에서 볼 수 없던 새로움을 담았고, 이야기가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짜였다"고 평가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단순한 용서에 머물지 않고 존재와 삶을 성찰하는 단계로 승화하는 경지까지 표현했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 ▲ (왼쪽부터)김인숙, 한강, 정영문, 박형서.
바람이 분다, 가라… 무저항 넘어선 당찬 여성상
외부의 억압에 대해 폭력적 대응을 거부하고 차라리 고사(枯死)해버리는 지독한 '식물성의 서사'를 고집해오던 한강은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 완전히 변했다. "작가의 도저한 예술 지향성과 미학적 경지가 고통과 맞서는 주인공 여성의 자세와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지독한 무저항주의'를 버리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완력의 사용도 불사하는 당찬 여성상을 창조했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 추리소설처럼 범죄자와 쫓고 쫓기는 대결을 벌이는 외향성을 보여준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바셀린 붓다… '언어의 분투' 그린 논쟁작
정영문의 '바셀린 붓다'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이 작가의 난해함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집중 논의했다. "언어를 사용해 존재를 규명하려는 노력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언어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이의 자기 모색이라는 보편적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지지를 얻어 본선에 올랐다. "삶이든 물체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를 규정하려 애쓰는 언어의 분투를 주목하면서도 그 노력이 숙명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인식을 실험성 강한 서사로 표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새벽의 나나… 질척한 주제 + 환상적 소재
박형서의 '새벽의 나나'에서 심사위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방대한 '팩트'(fact)들로 서사적 유기성을 갖춘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의 분투다. "빈곤·낙태·불륜 등을 다루는 작품들은 흔히 리얼리즘 기법을 채택하는데, 이 작가는 지독한 리얼리티만을 부각시키지 않고 오히려 전생(前生)이라는 환상적 장치를 교묘하게 더해 이야기의 부력과 역동성을 얻었다"는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냄새 나고 질척질척한 이야기 속에 어두운 유머가 주는 파토스(pathos)까지 담는 노력"도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