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준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건네준다는 뜻인 반면 '반환'은 불법적으로 빼앗은 것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 일본은 1965년 한·일(韓·日)협정 체결 때부터 줄곧 이 표현을 써 왔고, 이에 맞서 한국은 항상 '반환'으로 표기해 왔다. 외교부는 간 총리가 일본 내 담화에는 "넘겨준다"고 했지만, 한국에 제공한 한글번역본엔 '반환'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일본 정부의 태도가 진전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외교부가 일본 정부 제공이라고 했던 한글번역본은 주일(駐日)한국대사관이 만든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일본은 단 한 번도 '반환'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건만, 한국에서만 '일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소동이 벌어졌던 셈이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번역이라고 했던 것은 담당자의 착각이었다"고 해명했다.
한국과 일본은 두 나라가 합의한 성명(聲明)에도 일본 측은 '천황(天皇)'이라 쓰고, 한국은 일왕(日王)으로 표기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 표현을 써오긴 했다. 그러나 이번 오역(誤譯) 소동은 '의도적 왜곡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정도가 심했다.
일본 총리의 한일강제병합 100년 담화는 올해 한·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간 총리 담화는 사료(史料)가치가 있는 만큼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고, 한국은 이 표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담화의 한글번역본을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반환'이라는 단어가 마치 외교업적이나 되는 듯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런 우리 모습을 보고있는 일본의 시선을 생각하면 낯뜨거운 일이다. 외교부가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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