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盧 前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기

푸른물 2010. 7. 23. 05:31

盧 前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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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23 09:14 / 수정 : 2009.05.24 02:24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 인근 산에서 투신, 서거했다. 그는 컴퓨터에 써 놓은 유서에서“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화장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DB

어제 새벽 봉하마을 私邸뒷산서 투신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 고통" 유서
'600만달러 뇌물' 수사로 압박 받은 듯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盧武鉉·63) 전 대통령이 23일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뒤편 봉화산을 산책하던 중 30m 높이의 바위에서 투신해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오전 9시30분쯤 운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오후 6시30분쯤 봉하마을로 운구돼 마을회관에 안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에 앞서 이날 오전 5시45분쯤 경호원 1명과 함께 사저를 나서 봉화산에 올랐고, 오전 6시40분쯤 봉화산 7부 능선에 있는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 노 전 대통령은 오전 7시쯤 경호원들이 모는 승용차 편으로 가까운 진영읍 시가지에 있는 세영병원으로 옮겨져 30분간 응급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오전 7시35분쯤 앰뷸런스 편으로 세영병원을 떠나 오전 8시13분쯤 양산 부산대병원에 도착했다.

백승완 부산대병원장은 "도착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머리 뒷부분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으며 자발적 호흡이 없었다"고 말했다. 1시간여에 걸친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회복되지 않자 의료진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고 사망 판정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 수사본부장을 맡은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 사실을 확인하고, 사인은 두개골 골절과 늑골 골절 등 다발성 골절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에 앞서 사저에서 평소 사용하던 컴퓨터에 14줄 분량의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는 아래아 한글 파일로 작성됐으며 파일명은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였다. 최종 저장 시간은 이날 오전 5시21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뒤 측근들이 유서가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것을 발견,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경찰에 알렸다.

노 전 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면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썼다. 유서는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로 이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및 사고 경위를 수사하기 위해 경남지방경찰청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총원 94명)를 편성했다. 경찰은 투신 현장인 부엉이바위 주변에서 노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이는 등산화 한 짝과 피 묻은 상의를 수거해 감식 중이다.

1988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권유로 13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실시된 '5공 청문회'에서 정연한 논리와 날카로운 질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1990년 1월 3당 합당 때 김영삼 총재의 권유를 뿌리친 이후 비주류 정치인의 길을 걷다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누르고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고, 여세를 몰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8년 2월 퇴임한 뒤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사저를 짓고 머물러 온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세번째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후 딸 정연(34)씨가 2007년 9월 박 전 회장의 돈 40만달러를 송금받아 미국 뉴저지주의 아파트를 사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가족들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정신적 고통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前대통령 유서 全文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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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생 /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