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수상자와 일반 청소년 비교조사
보통 학생보다 진로 빨리 정해
목표 향해 최선 … 대학도 잘 가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게 아니죠. 살아 있는 공부인 봉사를 하게 되면서 특히 말하기와 글쓰기 실력이 늘었어요.”KAIST 전산학과를 거쳐 올해 같은 대학 산업디자인대학원에 진학하는 김성진(26)씨가 내세우는 봉사의 효과다. 그는 초등학교 때 사고로 다친 아버지가 지체장애인이 되면서 가세가 기울자 신문과 우유 배달 등을 통해 생계를 꾸려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유해 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무료로 보급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는 그동안의 봉사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1월 벤처기업을 설립, 1년 사이에 1억5000만원의 수익을 내는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한국중등교육협의회·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주최) 3회 금상 수상자다. 역대 다른 수상자 3명도 “봉사를 열심히 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2008년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봉사왕 되면 대학도 잘 간다=대전 서대전고 2학년 때 봉사상을 받은 백승범(20·8회 금상)씨는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수시 합격했다. 고교에 수석 입학해 거의 전 과목에서 내신 1등급을 받은 백씨는 고교 때 봉사활동 기록만 900여 시간에 달한다. 그는 “봉사를 하면 사회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돼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자유전공)와 영국 옥스퍼드대에 동시 합격한 김푸른샘(20·여·9회 친선대사상)씨. 지난해 초 치러진 미국 대학입학수능시험(SAT)에서 만점을 맞은 ‘영어 달인’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영어 선생님으로 봉사한 데 이어 고교(용인외고) 입학 후에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제주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올해 이화여대 통계학과에 진학하는 양진영(19·여·10회 금상)씨도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제주도 ‘탐라장애복지회관’에서 봉사를 계속해왔다.
◆봉사와 공부, 어떤 관계 있나=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정종우 교수팀은 중고생자원봉사대회 10주년을 맞아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이사장 황우진) 의뢰에 따라 이 대회(9, 10회) 수상자 450명, 참가자 790명, 일반 중·고생 350명 등 총 15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를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생각하는 ‘자아 존중감’은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수상자 3.86점, 참가자 3.73점인 반면 일반 청소년은 3.44점에 그쳤다. 특히 향후 자신의 진로를 정했는지와 선택한 진로가 자주 바뀌지 않는지 등을 물어서 나온 ‘진로 성숙도’는 수상자(3.80점)와 대회 참가자(3.78점)가 일반 청소년(3.52점)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정종우 교수는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는 학업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병옥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이사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더욱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