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어제 미사일 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인민해방군은 2일 동중국해에서 해・공군 연합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하고, 훈련 내용과 미사일 발사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중국군은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같은 곳에서 실탄사격훈련도 했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한・미가 계획 중인 서해상 합동훈련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한・미 합동 해상훈련 저지를 위해 중국은 노골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의 마샤오톈(馬曉天) 부참모장은 최근 홍콩 TV에 나와 “한・미가 중국과 인접한 황해(黃海)에서 군사훈련을 하려는 데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중국군 싱크탱크인 군사과학학회의 뤄위안(羅援) 부비서장은 “미국의 항모(航母)가 서해에서 훈련을 하면 중국군의 훈련용 과녁이 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우리는 중국이 군사적 목적에서 천안함 사태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미가 준비 중인 서해상 무력시위를 빌미 삼아 중국의 군사적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경제력과 함께 군사력에서도 미국에 필적하는 대국(大國)이 되려면 ‘대양(大洋) 해군’의 위세(威勢)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천안함 사태를 그 디딤돌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서해상 한・미 합동훈련의 구실을 제공한 것은 북한이다. 북한의 서해상 도발로 46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었는데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나갈 순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막기 위해서도 강력한 대응은 불가피하다. 합동훈련도 그 맥락에서 실시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중국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른 속셈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安保理)를 통한 대북(對北) 조치에도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 겉으로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코너에 몰린 북한의 반발로 한반도 안정이 흔들리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것이 중국의 속내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강도에게 손가락질을 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잠자코 있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1세기의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에 어울리지 않는 자세다.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남한의 초계함이 침몰한 사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잘못에 대해서는 응당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원칙으로 접근할 문제지, 다른 복잡한 계산이 개입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중국은 무조건 북한을 감싸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결과 우리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북 조치가 안보리에서 나온다면 한・미도 서해상 합동훈련 계획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국 하기에 달렸다. 세계가 중국의 행보(行步)를 지켜보고 있다.
[사설] 천안함 사태 군사적 이용이 중국의 속셈인가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07-07 오후 8: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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