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에만 의존해서는 사찰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받는다. 철산 스님은 “절에서 재배하고 판매한 수익금을 대부분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정 자립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그뿐만 아니라 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체험을 우리만 누리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종교가 다르든 같든 대승사에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그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하안거 중인 스님들을 입선시킨 뒤 스님은 짚모자를 쓰고 사찰 인근의 산길 주변에 자란 삼을 직접 캤다. “산이란 것은 굉장한 자원인데 씨앗 하나 뿌리지 않고 채취만 하는 건 복을 감하는 일입니다. 올봄에도 주변 밭에 삼, 도라지, 더덕 씨를 한가득 뿌려뒀어요. 선이란 게 앉아 있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다니면서 움직이고 먹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 선입니다.” 스님은 지난해부터 문경읍의 금우문화재단에서 불교와 관련된 수업뿐 아니라 도자기 다도 수묵화 등을 배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사찰 한편에서는 뽕나무로 옹기를 굽는 가마의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10년 전 도예를 시작했다는 스님이 다완을 뚝딱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고 난 뒤 다실로 올라가자 10여 명의 불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은 “차 한 잔들 드시자”며 반갑게 맞았다. 참선과 정진의 공간에 소통과 재정 자립의 기틀을 함께 마련해온 철산 스님. 그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아낌없이 내줄 만큼 넉넉했다.
“자립이 뭐 다른 것이겠습니까? 여기 오시는 분들이 좌선하고 참선하는 것뿐 아니라 산길을 따라 걸으며 삼도 캐고 반딧불이 구경도 하면서 산의 기운을 마음껏 다 가져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산에서 거두기만 하는 것은 복을 줄이는 일입니다… 수행과 정진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돼야지요”문경=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