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朱子의 관념적 해석이 논어를 흐렸다"이한수 기자 slee@chosun.com 기자의

푸른물 2010. 6. 18. 11:49

朱子의 관념적 해석이 논어를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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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08 23:39

다산의 '논어고금주' 완역
주자 曰 "仁은 사랑의 원리요, 마음의 德이라"
다산 曰 "仁은 추상적 원리 아닌 구체적 행위"
성리학적 해석 비판… '실천적 논어 읽기' 제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의 독창적인 논어 해석서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가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논어고금주'는 다산이 전남 강진에 유배 중이고 학문이 완숙기에 접어든 1813년 완성됐다. 한당(漢唐)시대의 훈고학적 주해, 송대(宋代)의 성리학적 주석은 물론 명나라 사상가 이탁오(李卓吾), 청나라 고증학의 개조(開祖)인 고염무(顧炎武) 등 역대 중국 학자들의 해석과 이토 진사이(伊藤仁齋), 오규 소라이, 다자이 슌다이(太宰春台) 같은 일본 에도시대 학자들의 주석까지 논어에 대한 중요 해석들을 두루 망라했다.

다산 정약용의 초상
다산은 '논어고금주'에서 여러 학자들의 해석을 소개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적극 피력한다. 다산은 특히 조선시대 학문을 지배했던 주자(朱子)의 논어 해석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주자는 논어의 핵심 사상인 '인(仁)'을 '사랑의 원리[愛之理]요, 마음의 덕[心之德]'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다산은 '인'이란 '리(理)' '덕(德)' 등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원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행위[行事]라고 주장했다. 다산에 따르면, "인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仁者, 二人也. 人與人之相與也]"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孝] 형제간에 우애있고[弟] 자식을 잘 가르치고 키우는 것[慈] 같은 구체적인 행위가 '인'이라는 것이다. 다산은 주자처럼 '인'을 형이상학 원리로 해석했기 때문에 "'인'을 행하려고 해도 형상이 없어 실천하지 못하는 상태에 떨어졌다"고 비판한다.

정약용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전남 강진‘다산초당’. 다산은 유배 중이던 1813년‘논어고금주’를 완성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다산은 당시 정치에 대해서도 예리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는 정치가 타락한 것이 '무위이치(無爲而治)'의 논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지만 뭇별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향한다[北辰居其所, 而衆星共之]'는 비유에 대해 주자는 '논어집주(集注)'에서 "정치를 덕으로써 하면 하는 일이 없어도 천하가 돌아오는 것"이라며 다스리지 않아도 다스려지는 '무위이치'를 말했다. 이에 대해 다산은 "공자는 '위정(爲政·정치를 함)'이라고 말했는데 유자(儒者)들은 '무위'라고 떠벌이고 있다"며 "임금이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온갖 법도가 무너져 천하가 부패해지고 정치가 피폐해진 것은 '무위'의 설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주자의 해석이 후학들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다산은 자신의 실천적 논어 해석을 '논어고금주' 첫머리의 '원의총괄(原義總括)'이라는 장(章)에서 175가지로 정리했다.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이름은 구체적 실천행위[行事]에서 성립되는 것이지, 마음의 원리가 아님을 논변한다" 등 주로 성리학의 관념적인 논어 해석에 대한 비판이다.

5권 2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역주서를 출간한 이지형(79)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지난 40여년간 다산을 연구해온 국내에서 손꼽히는 다산 전문가이다. 이 교수는 "'논어고금주'는 실천적 논어 읽기의 보전(寶典)이자 동양삼국에서 전무후무한 논어 해석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