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다수학생 학습권도 생각을
'휴대전화 보관함' 도입할만
초·중·고교에서의 '체벌(體罰)금지'로 인한 '교실 붕괴'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치부다. 최근 교단 경력 35년인 서울 서래초등학교 김영화 교사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 치부를 용감하게 파헤쳤다. 김 교사 글의 일부를 옮겨보자. "핸드폰을 돌려보며 낄낄거리는 아이들. 보다 못해 교사가 핸드폰을 빼앗았다. … 칠판에 답을 쓰는 순서였다. 분이 풀리지 않은 그 아이. 분필을 집어올려 'fuck you'라고 적는다. 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김 교사는 체벌금지 조치가 강화되면서 교실의 5% '문제아'들과 20%의 '건들건들'파 학생들이 공공연히 교사를 웃음거리로 만들며 수업 분위기를 난장판으로 만든다고 폭로했다.
지금의 체벌금지는 법적 금지가 아니라 교육청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체벌금지 조항을 신설한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상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크다"며 반대했다. 반면 전교조는 "인권의식을 키우려면 체벌 대신 다른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며 찬성했다.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데 체벌을 대체할 다른 효과적 교육방법이 과연 있을까? 그것이 있다면 왜 여태껏 사용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그것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체벌금지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던 영·미 등 선진국들이 그 개발을 포기하고 체벌을 다시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인센티브(incentive)에 합리적으로 반응한다. 비행(非行) 청소년들은 보통 학생들과는 달리 무모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저자인 미국 시카고 대학 스티븐 레빗(Levitt) 교수의 실증연구는 그들 역시 합리적임을 보여준다. 미성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한 주(州)일수록 청소년 범죄가 현격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 청소년이 이럴 정도면 교실의 문제아들은 당연히 체벌에 합리적으로 반응해 일탈을 삼갈 것이다. 물론 전교조가 주장하듯 그들이 교사들의 헌신적 '사랑'에 감동해 면학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효과가 불분명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처럼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크다.
체벌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면 현재의 획일적 금지에서 벗어나 학교와 학부모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먼저, 각 학교가 전교조 교사 주축의 체벌금지제와 비(非)전교조 교사 주축의 체벌허용제 중 하나를 선택해 공표하도록 만든다. 학부모는 이를 보고 자녀가 진학할 학교를 선택하면 된다.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닌지라 내 아이를 체벌허용 학교에 보내고 싶다. 하지만 체벌로 인한 내 아이의 인격권 침해가 필요 최소한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러려면 학교가 체벌 요건 및 시행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해야만 한다.
첫째, 학교가 '체벌 규정집'을 만들어 입학 전에 학부모의 동의를 구한다. 규정집에는 '교사에게 욕을 한 학생', '폭력을 휘두른 학생' 등 체벌요건을 명확히 하고, 각 요건에 해당하는 체벌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명기한다.
둘째, 잘못을 적발한 교사가 학생을 바로 체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교사도 인간인지라 현장 체벌은 '감정의 매'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체벌에 해당하는 잘못에 대해서는 학생지도부서가 전담하도록 만든다.
아울러, 현재 교육현장의 골칫거리인 휴대전화 문제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일부 학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듯이 학급마다 '휴대전화 보관함'을 마련해 수업시작 전에 강제 보관토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어긴 학생들을 사랑으로 교육할지 체벌로 훈육할지는 학교와 학부모가 결정해야 할 '선택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