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마종기 시인 새 시집·산문집… '그리움' 대신 '자유'를 노래하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재미(在美)시인 마종기(71)씨가 열두 번째 시집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사)을 냈다. 시인은 또 지난 50년간 발표한 시 가운데 50편을 고르고, 각각의 시편마다 쓰게 된 사연을 수록한 시작(詩作)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비채)도 이번 주에 내는 것으로 자신의 시력(詩歷) 50년을 자축한다.마종기 시인은 연세대 의대를 마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다가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가한 것이 문제가 돼 제대 직후 타의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같은 해 아버지(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시인은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향수, 아버지와의 갑작스럽고 영원한 이별에 눌린 가슴에서 스며 나온 고독과 그리움이 그의 시 세계를 형성했다. "나 자신이 위로받고 싶어 쓴 시들"이라고 스스로 밝힌 그의 시는 부드러우면서도 쓸쓸한 바람 같았다.
- 등단 50년을 맞아 시집과 시 산문집을 낸 마종기 시인.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그는 지난달 말 입국했으며 두 달 동안 한국에서 머물 예정이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런 생각은 국경에 대한 비판적 사유로 확장된다. 국경은 '나라와 나라 사이,/ 너와 나 사이,/ 마지막 거부의/ 칼날 빛 차가운 철책/'(수록 시 '국경은 메마르다')일 뿐이다. 그가 생각하는 나라는 '민족이니 민중이니 계층을 떠나/(…)/ 아무도 어디로 소외되지 않는 땅/'(수록 시 '내 나라')이며 '내 나라! 하고 크게 부르면/ 내 아들아! 하고 대답하는,/ 정겨운 목소리가 메아리 되는/'(위의 시) 나라다. 문학평론가 조강석은 이런 '탈(脫)고향'의 정서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해 '바깥으로의 귀환'이라고 규정했다.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에서는 마종기 시인이 중요한 삶의 전기를 만날 때마다 쓴 작품과 창작의 뒷얘기를 들을 수 있다. 젊은 시절 아버지와 함께 본 박꽃을 떠올리며 쓴 '박꽃' 편에 함께 실은 글에서 시인은 '나는 그 박꽃을 어느 달밤에 꼭 다시 보아야만 한다. 아버지와 함께 본, 그 푸른 달빛을 머금은 박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아버지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겨울 묘지' 편에서는 뒤늦게 이민생활에 합류했다가 무장강도에게 목숨을 잃은 동생을 향한 안타깝고 미안한 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