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보수 신앙 가진 이 일수록 예수의 삶 따라야 [중앙일보] 기사

푸른물 2010. 3. 5. 11:44

보수 신앙 가진 이 일수록 예수의 삶 따라야 [중앙일보]

2010.03.04 00:43 입력 / 2010.03.04 01:38 수정

한기총 새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지난달 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 이광선(66) 목사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그는 “한기총은 ‘보수 꼴통’이 아니다. 때로는 좌파의 정책, 때로는 우파의 정책, 때로는 중도의 정책을 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뜻밖이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그를 다시 찾았다. 35년째 담임목사로 시무 중인 서울 신당동 신일교회에서 지난달 26일 이 목사를 만났다. 그에게 한기총과 보수, 그리고 예수의 관계를 물었다.

-한기총에 변화의 바람이 부나.

“한기총도 변해야 한다. 법규와 간행물 등 정비할 것이 많다. 한기총 구성원인 교단과 교인들도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 사회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섬기고,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기총의 정체성, 한마디로 뭔가.

“보수다. 한기총은 보수다.”

-그런데 ‘보수 꼴통은 아니다’고 했다. 어떤 보수를 말하는가.

“신앙적인 보수다. 사도신경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보수다. 교회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보수다. 그런데 이런 보수를 가진 사람들의 삶이 진부해선 안 된다. 젊은이들이 말하는 소위 ‘꼴통’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무슨 뜻인가.

“열정이 있는 보수라는 말이다. 보수 신앙을 가진 사람일수록 예수님의 삶에 접근해야 한다.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야 한다. 행동이 필요할 때는 행동하고, 침묵이 필요할 때는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침묵을 통해 자기성찰도 해야 한다.”

-예수님은 어땠나. 보수적인 분이셨나, 진보적인 분이셨나.

이광선 대표회장은 그림을 가리키며 “예수님께서 천한 나귀를 타고 예수살렘으로 입성하는 모습이다. 저는 이 그림에서 ‘겸손’을 본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마음에 ‘하나님의 나라’를 가지셨다. 그건 지킴의 대상이다. 그래서 우리가 볼 때는 보수다. 그런 보수적 신앙이 바탕이 될 때 보수적 행동도 할 수 있고, 진보적 행동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바탕이 없는 진보는 결국 썩고 만다. 그 실제 예가 공산주의다. 역사가 그걸 증명했다.”

-기독교 신앙도 이데올로기가 될 때가 있지 않나.

“맞다.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기독교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기독교주의’가 아니다. 그런 신앙은 맹목적인 신앙이다. 그런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2000년 전에도 그랬다.”

-2000년 전에는 어땠나.

“당시 석화된 유대교의 종교 틀에서 보면 예수님은 굉장한 진보주의였다. 반면 율법만 중시하던 바리새인은 극단적인 보수였다. 왜 그런가. 바리새인에겐 종교의 틀만 있었지, 종교의 생명은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었다. 틀만 보수였다.”

-결국 생명이 흘러야 진정한 보수가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래서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사람을 보고, 사물을 보고, 민족을 보고, 국가를 보고, 역사를 보려고 노력하는 거다. 사도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자 된 것 같이, 너희도 나를 본받아라’고 했다. 저도 마찬가지다. 목회를 끝낸 후에 이 한마디를 진정으로 할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본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돼가는 과정에 있다. 부단하게 기도하고 애를 쓰지만 그렇게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인간은 약하고 부족한 존재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신일교회에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거기에는 ‘다시는 이런 국가적인 비극이 없기를’이라고 씌어져 있었다. 교인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도 많았다. 이 목사의 뜻이었다.

-왜 그런 플래카드를 교회 입구에 걸었나.

“그분의 죽음을 미화해서도, 비하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찬반을 떠나서 국가 지도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다시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 때는 몸소 삭발도 했다. 그런 강경 이미지로 기억하는 이들이 꽤 있다.

“행동이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 저를 ‘머리띠 매는 사람’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다. 저는 부드러운 남자다. 눈물도 많다. 하나님 앞에서 기도할 때도 많이 운다. 우리 교회 교인들이 아픈 것 보면서도 잘 운다.”

-얼마 전 버스에 아인슈타인의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반기독교적 성격의 광고로 붙기도 했다. 어찌 보나.

“배후와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건 우리 사회의 불화를 조성하는 일이다. 구(舊) 소련 출신이었던 세계 최초의 우주항공사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 갔을 때 ‘암만 봐도 하나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의 닐 암스트롱은 아폴로11호를 타고 우주에 가서 보니까 ‘하나님은 영원히 계시다’고 했다.” 

글·사진=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