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스도’-김남조(1927~ )
오늘은
눈 덮인 산야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유리와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냉기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물과 바다의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올리시는
설일(雪日)의 주님
언제든 다시 태어나시고 어디서든 그 모습 드러내시는 분. 언제든 우리 위해 다시 죽으시어 또다시 부활하시는 분. 이 겨울 오늘은 눈보다 더욱 흰 맨발로 눈 덮인 산야 걸어오시나. 눈보다 더욱 흰 빛으로 오시나. 바늘 꽂히는 냉기의 얼음 강 걸으시며 그 선연한 보혈로 새봄 예비하고 계시는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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