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 박기동(1953~ )
이번 생이 다할 때까지
얼마나 더
내 몸을 비워야 할까,
내 고향은 늘 푸른 동해
그리워 마지못해
내설악 얼음물에도
다시 몸을 담근다.
그리워 마지못해
내설악 칼바람에도
다시 내 몸을 늘인다.
이번 생을 마칠 때까지
얼마나 더
내 몸을 비워야 할까,
내설악 동장군 칼바람에 황태 덕장 신바람 났겠다. 덕장 인부들 바쁜 손길에 칼바람에 무방비로 내걸리는 황태의 쫙 벌린 입, 입들. 춥다 추워 죽겠다는 비명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고향서 햇살과 눈바람, 원초적 그리움 만나 어우러지는 희열의 입인가 보다. 얼고 녹고 다시 어는 희열로 제 몸 금실오라기같이 풀고 풀어내 중생의 어혈 든 몸과 마음 풀어주는 황태. 그 열락(悅樂)의 입, 입들이여. <이경철·문학평론가>
다시 몸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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