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의 주정(酒酊)” - 신동문(1927~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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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서 취했다
종로에서 취했다
취했다 아아 그러나
이런 것이 아니다
세상은 참말로 이런 것이 아니다
사상?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철학?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중략)
싼 술 몇 잔의
주정 속에선
아니다 아니다의
노래라도 하지만
맑은 생시의
속 깊은 슬픔은
어떻게 무엇으로
어떻게 달래나
나는 취했다
명동에서 취했다
종로에서 취했다
나는
나는
이런 것이 아니다
하늘 먹먹해지더니 눈발 휘날리고 세월은 자꾸 세밑으로 흐르고. 이런 날 펑펑 울고라도 싶은데 값싸게 그럴 수는 없고. 누구라도 같을 처지 주붕(酒朋) 불러내 술로 풀어내고 돌아가는 길. ‘아니지, 아니다’란 말만 처벅처벅 따라오나니. 아, 그러나 술 깬 아침 맑은 생시의 속 깊은 슬픔은 어떻게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 건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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