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심사평
상투성 벗어던진 성찰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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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에 오른 민경자씨의 ‘혀, 말미잘 같은’은 제목부터가 상투성을 벗어던졌다. ‘혀’와 ‘말미잘’의 신선한 대비가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는 이의 시선을 “쥐락펴락”한다. “독을 품은 돌기”가 “설익은 풍문들을” 집어삼키고, 끝내는 “내 것이 내 것이 아닌 괴물”로 인식되는 혀. “세 치 혀”가 끼치는 해악과 근신의 어려움이 실감나게 행간에 녹아 있다.
차상은 서노씨의 ‘거울 속-아버지의 부활’이다. 이 작품도 중층 구조를 갖고 있다. 거울 속의 화자에 아버지의 모습이 겹친다. “버섯갓 주름켜 속 홀씨”처럼 자식들 다 떠난 뒤 아버지한테 남은 건 “수전증”과 “검은 반점”. “소 잔등 등에”, “지게 밀삐”에서 보듯 아버지는 농경사회의 “흙 속에서 화석이 된” 존재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으로 부활한 것이다.
차하는 ‘포도주’를 쓴 성국희씨다. 포도원의 포도들이 햇살과 바람 속에서 싱그럽게 익어 포도주가 되는 과정을 따라잡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은 삶의 성숙과 미묘하게 연결된다. “달디단 음모”, “드러나는 한 생애의 뼈” 같은 참신한 비유들이 시적 역량을 보여준다. 김숙향·유순덕·이상목·조미란·황외순씨에겐 사유의 깊이와 발상의 신선함을 주문하고 싶다. 숙고와 분발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박기섭·박현덕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접수처는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백일장 담당자 앞(우편번호:100-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