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윤강로(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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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는 눈 감고 있다 가만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놓쳤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 휙 휘파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자리 날개가 햇살의 살갗처럼 투명하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놓치거나 실패하면 재빨리 체념하고 허공을 보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팠다
나의 아름다운 실패
고추잠자리야
나 또한 조심조심 잡으려다 놓친 잠자리 같은 것 참 많다. 햇살 살갗처럼 투명한 고추잠자리 떼 나는 텅 빈 하늘. 한참 들여다보니 내 아름다운 실패의 풍경.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픈.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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