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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간다 / 박희자

푸른물 2024. 2. 19. 10:21
여름이 간다 /박희자


불을 지핀다

바람 지나갈 틈 없이

두꺼운 구름 속에서

솟는 수증기가

안개비처럼 땅을 건너고

땀방울은 굵은 소나기처럼

후드득후드득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밤낮 없이

줄곧 목청 돋우는

매미에게는 매달림의 짧은 계절

해 지고

깊은 어둠 속

별이 뜨거움에 몸살이다



모두가 계절을 당기기 위한

각각의 몫만큼

순리에 응해 가는 시간


도시를 둘러싼 뜨거움이

콘크리트 껌딱지를 녹인다


차오르면 기울 듯

바람 이름도

곧 바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