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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엽서 / 이외수
푸른물
2024. 2. 11. 15:31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 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는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이외수:1945~2022 경남 함양 출생
1964~1972 춘천교육대학 중퇴
1972 강원일보 신춘문예 단편<견습 어린이들>당선
1973 강원도 인제 남국민학교 객골분교 소사
1975 <세대>지에 중편 훈장으로
신인 문학상 수상
강원일보 근무
1977 춘천 세종학원 강사
1978 원주 원일학원 강사
1979 창작에만 전념
겨울나기 장수하늘소 들개 칼
벽오금학도-집안에 쇠창살을 만들어 놓고 감옥 같이 갇혀서 썼다는 작품- 외 다수
*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