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슬픔의 문장 / 권성훈
푸른물
2015. 12. 17. 18:34
슬픔의 문장
술잔이 나를 불러 이제야 도착했어요
가벼워진 생애 앞서 허방에게 절을 하고
침묵은 영문도 모른 채 편육 몇 점 내주네요
핏물 빠진 살 씹으며 붉음을 생각해요
당신도 저 핏기 없는 세월을 건넜을까
그래도 물방울 무덤은 부패하지 않겠죠
이빨에 낀 허기를 깊숙이 찔렀어요
묻어나온 혈흔을 혀끝으로 닦아낼 때
고적한 슬픔의 문장, 부고에 가라앉네요
ㅡ권성훈(1970~ )
올해도 슬픔이 많은 한 해였다고, 돌아보니 늘 그렇지 않았나 싶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슬픔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 어느 죽음에 대한 예의로 찾아간 곳에서 맞닥뜨린 슬픔만이 아니다. 도처에 힘든 사람이 늘고 아픈 삶이 많아지면서 '슬픔의 문장'도 자주 만나곤 한다.
'부고' 또한 '술잔이 나를 불러'내듯 느닷없이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