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나팔꽃 / 박명숙

푸른물 2015. 8. 22. 09:05

나팔꽃 / 박명숙

 

첫새벽이 다가와
찬물을 끼얹자

 

팽팽히 귀를 매둔
어둠의 솔기가 터졌다

 

보랏빛 벨벳으로만
안을 덧댄 어둠이었다

 

여름밤은 달아나고
어둠의 딸 태어나

 

넝쿨손 뽑아올리며
혈통을 증거한다

 

한 뼘씩 허공을 디디며
아침에게로 기어간다

 

―박명숙(19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