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봄이 왔다고요? / 청 수

푸른물 2015. 3. 10. 08:24
봄이 왔다고요? / 청 수 아니 봄이 왔다고요? 언제요? 어디요? 여기는 아직 한겨울이거든요.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전세계약 끝난 세입자가 마지못해 집을 비워주는 것처럼 집주인인 봄이 어서 비켜달라고 재촉을 하는데도 미련을 못 버린 겨울이 아직은 밍그적거리고 있네요. 그러나 집주인인 봄이 따스한 미소로 언 땅을 흐물흐물하게 녹이면 겨울도 마지못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빚쟁이처럼 기세등등하던 오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간데없이 살림살이를 대충 챙겨서 몰래 밤도망이라도 가겠지요. 겨울이 도망치듯 황망히 떠난 자리에는 봄빛이 죽었던 나무에 연초록색 새순을 달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겨울잠 자던 동물들을 깨우면 봄은 꽃단장한 새집으로 우리를 초대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