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절필/ 최성대
푸른물
2014. 11. 6. 05:39
절필/ 최성대
풍진 세상 잘못 나와
잘 풀린 일 하나 없고
험한 파도에 휩쓸릴까
돛단배처럼 겁을 냈네.
신통한 단약 만들었어도
시험해 볼 길은 없었고
청평검*(靑萍劍)을 얻었어도
끝내 숨겨 두었다네.
동해 바다 삼신산에서
벗이 오기를 기다리니
이제 나는 인간 세상을
구우일모(九牛一毛)로 하직하네.
표연히 여기를 떠나
하늘로 올라간 뒤엔
은대궐에 뜬구름은
만 길 높이 솟아있으리.
絶筆
誤出風塵百不遭(오출풍진백부조)
孤檣常怕惡波濤(고장상파악파도)
鍊成丹鼎何曾試(연성단정하증시)
斲掘靑萍竟自韜(착굴청평경자도)
海上應須三島侶(해상응수삼도려)
人間今落九牛毛(인간금락구우모)
飄然此去空明界(표연차거공명계)
銀闕浮雲萬丈高(은궐부운만장고)
*청평검: 명검의 이름.
-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