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 청 수
부잣집 곳간처럼 넉넉하게 보여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부자가 되고
종갓집 며느리처럼 후덕하게 보이니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엄마의 가슴처럼 포근하게 보여서
쳐다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네.
투명하지는 않으나 탁하지 않으며
강하지는 않으나 약하지 않으며
매끄럽지는 않으나 거칠지 않으며
깔끔하지는 않으나 투박하지 않아서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니
나도 모르게 가까이 가게 되네.
밤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 같아서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초가지붕 위에 둥글고 하얀 박 같아서
그리던 고향집에 온 것처럼 기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를 보는 것 같아서
모든 시름을 다 품어줄 것처럼 푸근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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