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함께 하는 식사 / 리영 리
푸른물
2014. 2. 13. 05:53
함께 하는 식사
찜통에는 송어가 있다,
저민 생강, 파 두 가닥,
그리고 참기름으로 맛을 낸 송어가.
우리는 밥을 곁들여 그 송어를 점심으로 먹을 것이다,
형제들, 누이, 어머니가 함께. 어머니는
머리 부분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맛보실 것이다,
능숙하게 두 손가락 사이에 머리부분을
쥐고서. 아버지가 몇 주일 전에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그리고 아버지는 누우셨지,
눈으로 뒤덮인 길처럼 잠으로 빠져 드시기 위해
자신보다 더 나이든 소나무 사이로 굽이도는 길처럼,
지나가는 행인 하나 없는, 누구도 생각지 않는 쓸쓸한 길처럼.
―리영 리(1957~ )·장경렬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