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님 / 김지하

푸른물 2014. 1. 25. 07:42

님 /  김지하 (1941~)

 

 

 

가랑잎 한 잎

마루 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 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밤

 

아침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네게 오신다 하소서

 

손님 오시거든

마루 끝에서 문간까지

마음에 능라 비단도

널찍이 펼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