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세상구경 사람구경 / 청 수
푸른물
2014. 1. 20. 09:03
세상구경 사람구경 / 청 수
천성적으로 낯 가림이 심해서
대인관계의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늙을수록 키가 줄어드는 것처럼
대인관계의 폭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늙어갈수록 이런저런 이유로
가을낙엽처럼 사람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내 탓인가 네 탓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세월 탓인가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두 팔 벌려 봐도 손에 잡히는 것은 바람뿐
내 곁에 내 뒤에 내 앞에 아무도 없다.
허수아비처럼 그 자리에서 혼자 서 있다.
동면하는 개구리처럼
경칩에나 깨어날 줄 알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곳이 전 우주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동면하던 개구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낮은 자세로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구경 사람구경을 해보고 싶다.
구경 중에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이라고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기에
그 안에 우주가 들어 있으니
사람구경처럼 재미난 것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