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말의 빛

푸른물 2013. 10. 27. 07:02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 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 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청청한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