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티 소믈리에' 웨이레이
중국 '티 소믈리에' 웨이레이
차를 식사 전후에 마시면 맛 잘 보고 소화 돕는 효과
식사 중 차 마셔야 할 땐 부드러운 우롱차가 좋고
기름 제거하는 보이차는 갈비·불고기와 어울려요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왐포아 클럽'(Whampoa Club·黃浦會)은 전통 중국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명성을 얻은 고급 중식당이다. 이곳 소속 티 소믈리에 웨이레이(魏磊·35·사진)씨는 2010엑스포에서 중국 차 시연을 하는 등 손꼽히는 차 전문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왐포아 클럽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를 위해 방한한 웨이씨를 최근 만났다. 중국에 여행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올 정도로 한국에서도 일반화한 중국 차에 대해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식사 중에는 차를 마시지 않는 편이 낫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음식이 기름져서 차를 같이 마셔야 좋은 걸로 알고 있다.
"차에는 타닌, 카페인 등 여러 성분이 들어 있다. 음식도 성분이 여럿이다. 음식만으로도 우리 몸이 자극을 받는데, 차까지 마시면 자극 과다가 될 수 있다. 차보다 깨끗한 맹물이 낫다."
―식사할 때 차를 아예 마시지 말라는 말인가.
"차는 식사 전후 마시길 권한다. 식전에 마시는 차는 소화기관을 열어 음식을 맞도록 준비하게 하고, 입과 혀를 깨끗하게 해 더 잘 맛보게 한다. 식후에는 소화를 돕는다."
―식사 중 차를 꼭 마셔야겠다면.
"너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차, 아니면 화차(花茶)가 적당하다."
―부드러운 차란 무엇을 말하나.
"발효가 어느 정도 이뤄진 차를 말한다. 우롱차(烏龍茶) 정도가 알맞지 않을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 중국 상하이 ‘왐포아 클럽’의 티 소믈리에 웨이레이씨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중국 보이차를 끓여 서빙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kmin@chosun.com
"차는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가 된다.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綠茶)·백차(白茶)·황차(黃茶)·우롱차·홍차(紅茶)·흑차(黑茶) 여섯 가지로 크게 구분한다. 녹차는 찻잎을 쪄서 발효가 전혀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해 타닌이 많다. 그래서 녹차를 오래 우리면 떫은맛이 난다. 식사할 때 마시기엔 너무 강하다. 나머지 차는 제다 과정에서 발효돼 맛이 부드러워진다. 백차는 발효 정도가 적고, 황차·우롱차는 중간, 홍차·흑차는 발효가 많이 된다. 보이차는 완성된 차를 어둡고 눅눅한 창고에서 오랫동안 묵히는 이른바 후(後)발효 과정을 거친 차로, 별도로 분류한다."
―화차라면 재스민차 같은 걸 말하나. 한국 중식당에선 흔히 재스민차를 낸다.
"재스민차는 찻잎에 재스민 꽃향이 배게 한 녹차다. 내가 말하는 화차란 국화 등 꽃봉오리만 말려 만든 차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런 음식과 이런 차가 어울린다'고 예를 들어달라.
"기름진 베이징덕에는 우롱차나 보이차(普 茶)가 적당하다."
―한식과 어울리는 중국 차는 뭘까.
"갈비, 불고기 등 '코리안 바비큐'는 기름기를 잘 제거하는 보이차가 어울릴 듯하다."
―하루 중 차를 마시기 좋은 시각은.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에 차를 마시면 좋지 않다. 빈속에 너무 강한 자극일 수 있다. 맹물을 마시라 권하겠다. 차는 오전 10~11시쯤, 점심 먹기 전 처음 마시는 게 좋다."
―한국에선 보이차가 매우 인기다. 가짜도 많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듯 보이게 속이기도 하고, 지푸라기 따위를 섞기도 한다. 좋은 보이차를 판단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포장지가 너무 지저분하거나 너덜너덜하면 억지로 오래된 듯 꾸몄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보이차는 오래돼도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향이 난다. 찻잎이 부서지거나 뭉개지지 않고, 하나하나 또렷하면서 윤기가 흘러야 한다. 차를 우려 마셨을 때 지푸라기 등 이물질 냄새나 맛이 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