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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봄

푸른물 2012. 11. 10. 09:10

세상 끝의 봄/ 김병호(1971~)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하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산 보따리처럼

깡마른 가지에 목련이 얹혀 있다

 

여직 기다리는 게 있냐고

물어보는 햇살

 

담장  밖의 희미한 기척들이

물큰물큰 돋는, 세상 끝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