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설악산 등정기

푸른물 2012. 11. 10. 07:47

설악산 등정기 / 청 수

오색으로 설악에 오르는 길은
바위와 돌로 엉켜있고
가파른 오르막 길은
젊은 장정들도 숨이 차서 헉헉대며 오르네

올라도 올라도 험한 산길은 계속되어
끝이 없을 것만 같아 지쳐 가는데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산나물들의 향긋한 냄새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힘을 얻어 걸어가네.

중간쯤 오르니 폭포 소리에 생기가 나고
구름다리 밑에 흘러내리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을 마시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뚫리는 듯 시원해지고
세수를 하니 피부가 깨끗해진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해지네.

인내를 시험하는듯한 산행은 끝없이 이어지고
등산객들의 반가운 격려의 인사가 위안이 되는데
하산하는 사람들의 조금만 가면 된다는 거짓말을
이정표보다 더 믿고 싶은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서겠지.

 

울창한 나무들에 숨었던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정상이 가까와졌다는 신호인 것 같아 반가와서
나도 모르게 야 호 ! 하며 소리를 질러 보네.


아 !드디어 정상이 보이고
기쁨에 들떠서 한걸음에 올라가보니
세찬 바람만이 환영하 듯 맞이하고
대청봉이라고 새겨진 돌에는 1708 km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네.

저녁때가 되어 잘 곳을 찾아 중청 대피소로 내려가니
예약을 안해 안된다는 것을
떼쓰 듯 사정하 듯 하여 허락을 얻어 짐을 풀고
저녁으로 컵라면을 먹는데 겨울바람처럼 세차게 부는 바람에
손이 시려운데도 등산객들이 이런저런 음식을 나눠주어 맛있게 먹었네. 


군인 막사처럼 지어진 숙소에는

 아홉 시가 되니 불이 꺼지고
여기저기서 부시럭대며, 코고는 소리에 잠이 안 오는데
백여 명이 뿜어대는 혼탁한 공기에

설핏 들었던 잠마저 놀라서 도망가버렸네.

밤 열두 시에 하산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서니 희끄므레한 삼월 열이틀 달이 길 안내를 나서고
시베리아 같은 바람이 등을 떠밀고
작은 플레시 불빛 따라 조심조심 하산을 하니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이 들어 내려갈 길이 까마득해 보이네. 

조심조심 엉금엉금 내려오는데
해돋이를 구경하려는 등산객들이 줄이어 올라오면서
갖가지 격려의 말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한 발을 절룩거리면서도 참고서 내려오다 보니
눈 앞에 매표소가 보이고
마침내 해내었다는 뿌듯함이 피로를 다 가져가 버리네. 


200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