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이 학교서 더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대
기고] 아이들이 학교서 더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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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12 22:09
- ▲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대입제도연구실장
학교가 잠자는 아이들로 고민이다. 왜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앞에서 엎드려 자기까지 하는 것일까? 너무 잘 알아도, 너무 몰라도 수업은 졸리다.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면 집중하기 어렵다. 피곤해도 졸리다. 흥미 없는 내용이거나 재미없어도 그렇고 내내 조용히 앉아만 있으라고 해도 지친다. 지금 우리 학교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총집합돼 있다. 어떻게 하면 잠자는 아이들의 눈을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우선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많은 학교가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열심이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눈을 감고 있다. 수업시간도 그렇지만 방과 후에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다양한 심화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학교가 많다. 수준별로 학생들이 찾아가 수업하는 '무학년제',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함께 협력하며 배우는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 방식, 수업시간에 특수교사를 배치하는 핀란드의 '따로 또 같이' 식의 통합교육 등이 좋은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조사해 보니 고교생 중 희망 선택 교과를 들을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30%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도 외국의 학교처럼 필요하다면 학교를 넘나들게 해야 하고 대학이나 사회교육시설을 이용한 수업, 온라인 수업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호주 고교에는 1주일간의 필드 워크 시간이 있고, 일본에서는 학점 이수로 졸업하는 단위제 고교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원격교육센터를 통해 일부 교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토요일에 드라마 스쿨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운영 방식들이 공존하고 있다.
가르치는 방법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승합차 밴에 실험 도구를 싣고 초·중·고 학생들을 찾아다니면서 과학교육운동을 하는 호주의 한 대학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밴이 가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과학 수업이 가능하다는 그는 이 운동을 시작한 게 과학 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좋아서라고 했다.
아이들은 너무 피곤하다. 수업시간은 물론 밤에도, 주말에도, 방학에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 공부에 지친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학교와 공부에 꽁꽁 묶여 있는 상황에서 특기와 적성에 따라 뽑는 입학사정관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방과 후 시간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어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가 이렇게 변하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대(大)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사회의 잣대를 바꿔야 한다. 능력은 점수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로 보아야 한다.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 기업에 뿌리내려야 한다. 학교 교육의 문제는 대입제도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교사 선발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교대·사범대 입시에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해 지금처럼 성적 우등생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원의 50% 정도는 교육에 대한 신념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다양한 능력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지원자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학교에서 수업방법도 다양해질 수 있고, 아이들의 고민도 다양한 시각에서 지도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눈이 빛나느냐, 아니면 잠자느냐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 아이들이 더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사회는 평가의 잣대를 바꾸고, 학교는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능력을 찾아 키워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