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잠자는 학교] "건성건성 학교수업에 아이들이 학원 보내달라고 애원"<특별

푸른물 2010. 9. 10. 07:02

잠자는 학교] "건성건성 학교수업에 아이들이 학원 보내달라고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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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07 03:02 / 수정 : 2010.09.07 08:54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웠지? 교사들 그냥 넘기기 일쑤
학원 안 다니는 아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어 잠 청해"
"형편없는 교육하면서 잠 깨우는 것조차 안하니…"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회사원 김모(40)씨는 지난 1학기 말 학부모들을 초청해 진행한 공개 수업에 참석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공개 수업인데도 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학부모들이 뒤에서 지켜보는데도 30명쯤 되는 아이 중 5명이 엎드려 자더라"며 "학부모가 없는 수업시간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가 잠을 잘지 상상하니 어처구니없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기가 차서 지난 7월 학교가 인터넷으로 교원평가를 받을 때 희망사항란에 '자는 아이가 있으면 훈계해서라도 학습에 참여시켜 달라'고 건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아직 학교로부터 어떤 후속조치를 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김씨는 "다른 학부모들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자주 이런 얘기를 나누는데 우리끼리 얘기하면 뭐 하느냐"며 "2학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일단 지켜보려고 하지만 별 기대는 안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50대 주부 임모씨도 지난 4월 1학기 중간시험 때 중학교 3학년 딸이 다니는 학교에 보조 시험감독을 하러 갔다 깜짝 놀랐다. 시험지에 이름만 쓱쓱 적더니 곧바로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교사는 당연하다는 듯 내버려뒀다. 임씨는 "안타까워서 선생님을 쳐다봤는데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자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아서 속만 태우다 나왔다"고 말했다. 임씨는 "시험시간에도 엎드려 자는 걸 보니 수업시간에는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가더라"며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바로잡아 공부시키지 않으면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오후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한수연 기자 sue@chosun.com
학부모들은 잠자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학교에 절망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학생들이 잠을 잘 수밖에 없게 형편없는 교육을 하면서 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며 "무책임한 학교에 대해 더 기대할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성모(52)씨는 "많은 학생이 1교시부터 잔다는 아이 말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그는 "가끔 야간자율학습 감독이나 시험 감독을 하러 학교에 가보면 그 말대로 자는 아이들투성이"라고 했다. 성씨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앞 두 줄에 앉히고, 그 뒤에 앉는 아이들은 잠을 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던데, 학교가 아이들 교육을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고 2학년 아들과 외고 1학년 딸이 있는 조모(46·회사원)씨도 자녀로부터 학교 수업 분위기를 전해듣고 답답했다고 한다. 조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할 때 '이거 다 알지?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고 한다기에, '설마 선생님이 그러겠니?'하고 물으면 '엄마는 왜 내 말을 못 믿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조씨는 또 "다 아는 애들은 그냥 대충 듣는 척하고 넘어가고, 모르는 애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모(47·주부)씨도 "교사들이 학생들 모두 사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고 묻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됐다"며 "교사들이 아이 교육을 학원에 의지하며 나태해져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원에서 배워 아는 애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작은 관심이 학생들의 학습태도를 바꿀 수 있고 적어도 학교에서 잠자지 않게 할 수 있는데도 교사들이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 주부 김모(43)씨는 "아이들은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절대 잘 수가 없다고 한다"며 "좋아하는 수업시간에는 짝꿍한테 '내가 졸면 팔꿈치로 쳐 달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장모(39·주부)씨도 "아이들은 수업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만났을 때 '시험 잘 봤니'라고 묻는다든지 관심을 보이는 선생님 시간에는 수업을 더 열심히 듣게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도 "어떤 걸 틀렸니. 아깝게 틀렸구나!" 같은 말 한마디라도 해주는 선생님에게 감동하고 그 선생님 수업은 잘 듣고 싶다는 게 아이들 마음이라는 것이다. 장씨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신뢰한다면 애들이 다니던 학원도 끊게 할 수 있다"며 "그런 선생님에게는 엄마가 먼저 꽃도 갖다주고 편지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를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장씨는 "학원 강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전화해서 아이가 문제없이 잘 지내는지 먼저 물어보고 학원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점이 있으면 메모를 해놓았다가 얘기해준다"며 "학교 선생님은 1년에 한두 번 시험감독할 때 만나 인사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학부모 임씨(51)는 "선생님들이 시험이 끝나면 원하는 학부모들과 간담회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부모가 애들이 뭐가 부족한지를 알 수 있는데, 그걸 모르니까 불안해서 무조건 학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어떤 선생님은 아이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른다는데 이름이라도 불러주는 최소한의 애정만 보여도 학교에서 잠자는 아이는 없어질 수 있다"며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며 한 학급 학생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였는데 선생님의 관심은 왜 더 줄어드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모(43·주부)씨는 "학부모들은 입시공부도 중요하지만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바르게 자라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잘 때는 깨우고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 학교 선생님이 해야 할 기본적인 교육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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