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 일 밀반출 … 우여곡절 끝 모사본만 전시
윤선도 유물전시관 개관 맞춰 진품 ‘햇빛’
경찰·검찰이 수사에 나서 충남 서산에 있는 한 절의 스님이 훔쳐간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미인도는 이미 한국고미술협회장이 운영하던 서울 인사동의 고미술상과 부산의 골동품상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언론은 ‘국보급 유물의 일본 밀반출’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절도범과 한국고미술협회장 등이 구속되고, 미인도는 6개월 만인 이듬해 4월께 어렵게 한국에 되돌아왔다. 그러나 미인도는 그 후 빛을 볼 수 없었다. 해남군이 도난을 우려해 진품은 수장고에 넣어둔 채 모사본을 전시해 온 것이다.
미인도 진품이 21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된다. 해남군은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을 100억원을 들여 전통 한옥(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1830㎡)으로 다시 지어 다음 달 1일 임시 개관하면서 미인도를 전시물에 포함시켰다.
미인도는 기녀로 보이는 여인이 옷과 얼굴 단장을 한 뒤 마지막으로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을 그렸다. 화려한 얼굴 화장과 빨간색 속저고리 옷고름, 저고리 밑으로 하얗게 삐져 나온 겨드랑이 아래 살이 눈길을 끈다.
고산의 후손들은 “청고(靑皐) 윤용(1708~1740, 고산의 증손인 공재 윤두서의 손자)이 그린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지대 이태호(미술사학과) 교수는 “19세기 전반기의 작품으로, 윤용의 작품은 분명히 아니다. 다른 고산 후손이 그렸거나 집안과 무관한 사람이 그린 것이 윤씨 집안에 들어와 전해 내려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고미술협회장이었던 공창호(63) 공화랑 대표는 “ 작품 보존 상태가 매우 나빠 국내 기술로는 표구가 불가능해 일본 전문가에게 맡긴 것일 뿐인데, 밀반출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해남=이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