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강천석 칼럼] 한국의 '물레방아 정치' 언제야 바뀌나강천석 주필

푸른물 2010. 8. 7. 05:11

강천석 칼럼] 한국의 '물레방아 정치' 언제야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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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30 19:58 / 수정 : 2010.07.30 21:21

강천석 주필

'국민 무섭다'와 '국민 현명하다'는 거짓말
세계·시대 主題잊은 정치가 나라 위기로 몰아

7·28 국회의원 재·보선으로 또 한 번 국민이 붕 떴다. 찧고 까불다 호된 매를 맞은 민주당은 '국민이 무섭다'며 납작 엎드렸고, 별로 한 것도 없이 떡시루를 차지한 한나라당은 '국민이 현명하다'는 공치사에 바쁘다. 그러나 요 며칠 귀를 간지럽게 하는 낯뜨거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두 달 전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듣고 또 들었던 바로 그 가락이란 걸 금방 알게 된다. 달라진 거라곤 그때는 한나라당이 '국민이 무섭다' 했고 민주당은 '국민은 현명하다' 했는데 이번에는 서로 말을 바꿔 한 정도의 차이다. 그들이 그때 그렇게 하늘 끝에 닿도록 우리를 헹가래만 쳐 놓고선 슬쩍 손을 치워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곤두박질치며 이마를 땅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때 이후 우리가 똑똑히 본 것은 실제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민주당이 진짜 국민을 현명하다고 여겼다면 지방선거 후 두 달 동안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지는 못했을 거다. 이명박 정부의 연줄 인사에 홍두깨를 들던 그들이 자신들이 점령한 시(市)·도(道)마다 같은 연줄을 끌어모아 '미니(mini) MB정부'를 꾸렸다. '국민과 약속한 것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쉽게 뒤집을 수 있느냐'며 행정수도 원안(原案)에 매달렸던 그들이 취임도 하기 전에 중앙정부나 전임자들이 해오던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아예 교육청을 전교조의 부속 기관으로 만들어버렸다. 두 달에 며칠 못 미친 친전교조 교육감 치하(治下)에는 학생도 학부모도 없었다. '전교조의' '전교조에 의한' '전교조를 위한' 교육 헌장 선포식만 줄을 이었다.

민주당이 국민을 현명하다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는 그들이 재·보선에 내세운 후보들의 얼굴이다. 국민을 얕보고, 시대를 거스르는 그런 공천만 아니었더라면 몇개 의석은 더 그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보름달이 제 살을 갉아먹어 그믐달로 바뀌는 데 보름이 걸린다더니, 민주당이 승자(勝者) 자리를 까먹고 패자(敗者) 자리로 돌아가는 데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국민이 무섭다'는 지금 말이 그래서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결과가 완패(完敗)로 드러나자 '국민이 무섭다'고 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가 나오자 '국민은 현명하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무섭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국민의 분(憤)하고 섭섭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던지고 낮춘 결과, 한나라당이 오늘 승리를 거머쥐었을까. 한나라당 안에 또 한나라당 밖에 그렇게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4대강 사업은 예전 속도 예전 방식대로 흘러가고 있다. 반대파의 귀를 열어보려 뛰어다니는 사람도, 반대파를 공사 현장으로 안내해 사실과 소문의 차이를 보여주려 애쓰는 사람도 없다. 인사(人事)도 달라진 게 없다. 청와대 안에 대통령 고향 사람과 대통령 모교(母校) 출신 숫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이런 편중(偏重)을 시정하는 역활을 맡기려고 만들었다던 인사기획관 자리는 11개월째 공석(空席)이다. 이번에도 그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무슨 곡절이 있기에 그러는지 도시 알 길이 없다. 나라 안 가득 먼지를 뿜어대던 '선진(先進)연대'인지 '후진(後進)연대'인지 하는 선거 때 사조직 처리 문제도 행방불명이다. 먼지가 가라앉으면 청소를 시작할 모양이라고 여겼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대통령 형님 이름은 사태를 푸는 열쇳말(Key word)이라도 되는 양 시중을 떠돌았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면 본인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민과의 소통(疏通)을 그토록 강조해 온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역대 최소(最小)를 기록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 면면(面面)에서 희망을 보았다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결국 7·28 재·보선 결과는 바뀔 줄 모르는 한나라당보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 설치는 민주당이 더 미움을 사 뺨을 얻어맞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다간 다음번 '국민이 무섭다'는 말을 해야 할 차례는 한나라당 몫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 재·보선은 '무섭게 변하지 않는 북한'과 '무섭도록 변하는 중국'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 정치가 세계와 시대의 주제(主題)를 놓아버린 채 물레방아 돌듯 그저 습관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보여주었을 뿐이다. 자기반성과 자기 혁신을 모르는 '물레방아 정치'는 언젠가 자신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를 낭떠러지 위에 세우고 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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