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2009 한국의 모색 - 좌우를 뛰어넘다] 안경환 인권위 위원장

푸른물 2010. 7. 22. 05:10

2009 한국의 모색 - 좌우를 뛰어넘다] 안경환 인권위 위원장
"균형 감각에 문제 있다는 인권위에 대한 비판 이해"
사형제·보안법 폐지 권고 국민정서에 어긋나
한국은 인권 선진국… 2010년 ICC의장국 유력
김기철 기자 kich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안경환 위원장은“한국은 인권 선진국이라고 할 만하다. 이라크 같은 제3세계에서도 인권위 설립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최근 몇 년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만큼 뜨거운 논란을 불러모은 정부 기관도 드물 것이다. 인권위의 주요 결정이 나올 때마다 찬반 양론이 들끓었고, 지식인 사회도 양쪽으로 갈렸다. 2006년 사형제도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도록 정부에 권고했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 10월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경찰청장과 현장 책임자를 경고·징계하도록 권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안경환 위원장은 "균형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취임 때부터 균형감각을 강조했는데, 여전히 인권위가 균형감각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 비판을 이해한다. 인권위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는 국제 인권 기준을 국내에도 맞도록 정착시키는 일이다.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는 국민 정서와 안 맞는 측면이 있다. 이라크 파병 반대 권고도 인권위 업무로서는 좀 지나치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한다. 경험 많고 연륜 있는 다른 국가 기관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실천적 지혜가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촛불 집회' 당시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로 경찰들을 때리고 옷을 벗기는 폭력이 있었는데 경찰의 과잉진압만 문제 삼았다.

"경찰이 많이 자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특정 시점에는 시위대와 경찰 모두 많이 다쳤다. 시위대의 불법 폭력에 대한 처벌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법에 따르면, 공권력에 의한 피해만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과거에도 경찰이 시위진압과 관련된 대통령령이나 규칙, 지침을 어기면 책임자를 문책해 왔다."

(191쪽짜리 인권위 '촛불집회' 결정문에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 진압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면서 인권위가 문제 삼는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구체적 행위가 인권보장을 위한 '적법 절차를 지켰는지 또는 정당한 범위 내의 공권력 행사인지 여부'"라고 썼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해 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의 햇볕정책, 포용정책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그런 비판을 들을 만하다. 위원회 안에서 거론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취임 때부터 북한인권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위원들을 설득하고 내부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작년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중점 과제로 삼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범(汎) 정부 기구도 만들었다. 중국의 탈북자 인권보호를 위해 나서달라고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김대중 정부 당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찬밥 신세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1993년 유엔 총회 결의에서 각국에 인권위 설립을 권고했다. 1997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가 인권위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인권위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현재 세계 120여 개국에 인권위가 설립돼 있다. 인권위 업무를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 사회는 한국의 인권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한 거의 선진국 수준이다. 이라크가 인권위 설립을 도와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해올 정도다. 한국 인권위는 100여 개 국가가 참여하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부의장이다. 2010년 제네바 총회에선 의장으로 유력하다. ICC 의장기구가 되면 한국이 세계에 물건만 많이 파는 나라가 아니라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 사회라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위협할 만큼 기구 축소를 요구하고 있어 걱정이다."



▶안경환 위원장은

안경환(安京煥·61) 위원장은 글쟁이다.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조영래 변호사 평전을 썼고 《법과 문학 사이》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을 향해 날다》등 법과 문학, 영화를 연결시킨 책을 펴냈다. 서울대 법대 학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법대 사상 처음으로 여성 교수를 임용했다. 이를 계기로 2004년 한국여성평등협회가 주는 '디딤돌'상도 받았다. 한국헌법학회 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아름다운재단 이사를 지냈다.


 

  • ▲ 안경환 국가인권위 위원장. /허영한 기자
입력 : 2009.01.20 03:13 / 수정 : 2009.01.20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