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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를 중국에 가두면 '동아시아 문명'은 없어"이한수 기자 hslee@chosun.c
푸른물
2010. 7. 10. 07:49
孔子를 중국에 가두면 '동아시아 문명'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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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7 03:01
'동아시아 문명론' 펴낸 원로 인문학자 조동일 교수
"소크라테스는 유럽 넘어 세계人… 각국인만 강조해서는 유럽문명과 경쟁 안 돼
한문·유교·불교는 공유재… 산동아시아권이 함께 만든 것"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인문학자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중국이나 일본 학자들은 이렇게 큰 안목을 가진 책을 쓸 수 없다" "바둑에 비유하면 하수(下手)가 부지런히 해봐야 고수(高手)가 한 번 보는 시각을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 같은 발언을 대수롭지 않은 듯 거듭했다.조동일(趙東一·71)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는 최근 출간한 '동아시아 문명론'(지식산업사)에 대해 "그동안 낸 70여권 저서 중에서 정수(精髓)를 모아 한 권으로 집약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초청으로 강연한 원고가 바탕이 됐다. 6회 연속 강연을 마치자 학장은 한국학 전공 교수에게 "조 교수의 책을 모두 번역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조 교수는 "내 책을 모두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대신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곧 번역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 ▲ 조동일 교수는“한국은 학문·문화에서 동아시아문명에 크게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조 교수는 '논란을 벌이면서'라는 첫 장부터 "공자(孔子)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고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원래 노(魯)나라 사람인 공자는 500년 후 중국인이 됐고, 다시 500년 후 동아시아인이 됐으며, 이제는 세계인이 되도록 동아시아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테네인이었던 소크라테스가 그리스인이 되고, 유럽인을 거쳐 세계인이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 교수는 "그런데 한국은 '공자가 죽어야 한국이 산다'며 공자를 중국인으로 되돌리려 하고, 중국은 공자가 중국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동아시아는 유력한 세계인 후보를 다 떨어뜨리고, 동아시아인은 없고 각국인만 있다고 하니 유럽문명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동아시아문명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중국·한국·일본·월남(베트남) 등을 '동아시아문명권'으로 규정한다. 유럽이 라틴어·기독교 문명인 것처럼, 동아시아는 한문·유교·불교문명이다. 조 교수는 "동아시아문명은 이를 만드는 데 참여한 여러 나라와 민족의 공유재산"이라며 "땅은 떼어주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면서 우리도 소유권을 갖고 있는 문명을 통째로 다른 나라에 넘겨주는 것은 괜찮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조 교수는 동아시아문명에서 한국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는 "중심부인 중국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동아시아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주변부인 일본은 고유문화에 집착하다가 서양화로 나아간 '중퇴자'인데 비해, 중간부인 한국은 동아시아의 공유재산을 민족문화의 사유재산과 합쳐 동아시아문명을 이룩하는 데 적극 기여했다"면서 "동아시아문명을 더욱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 민족문화의 역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사 및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 한·중·일의 상황으로 볼 때 '동아시아문명'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는 아닐까? 조 교수는 "그것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지만 민족우열론을 버리고 대학 과정을 함께 하는 등 인적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학문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먼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