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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9개월의 세종시 여정(旅程)은 무엇을 남겼나. 누가 승리했고 누가 패했는가. 승리한 건 후진형 정치의 포퓰리즘이요, 실패한 건 한국 사회의 이성(理性)과 합리주의다. 본지는 충청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여 국토균형발전을 선도하자는 구상과 희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국토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균형발전은 필요한 것이며 본지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균형’발전을 꾀하는데 사실상 수도를 분할하는 ‘기형(畸形)’을 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행정 비효율도 심각하지만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 안보란 1분 1초가 중요한데 총리실과 9부2처2청을 150㎞ 떨어뜨려 놓아 어쩌자는 것인가. 그래서 행정부처 이전만큼은 피하고 효과적인 도시발전을 위해 교육과학경제도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안(代案)으로 제시됐던 것이다.
이제 모두가 실패자가 된 건 아닐까. 대통령은 대선 때 한 번, 대통령이 돼서 다시 한번, 말을 바꾼 지도자가 되고 말았다. 국정 장악력에도 흠이 생겼다. 거대 집권당 한나라당은 세종시 같은 백년대계(百年大計) 앞에서 소리(小利)의 분열 소당(小黨)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조하는 약속과 신뢰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약속에 집착함으로써 그도 합리적인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못의 맹목적인 승계로, 선진당은 지역여론만에 의존하는 지역당의 한계로, 각각 울타리에 갇혔다. 충청은 수정안이라는 대안을 뿌리침으로써 어쩌면 제대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인지 모른다.
국회는 본회의 표결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 문제의 전(全) 국가성과 역사성을 고려할 때 의원 291명이 모두 참여하는 본회의 표결이 떳떳하고 합리적인 마무리다. 의원 각자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에 당당하면 역사의 기록을 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엽(枝葉)을 붙들고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는 모양새 또한 볼썽사납다. 수정안 폐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마무리는 매끄럽게 짓기 바란다.
이제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하루빨리 봉합되어야 하며 세종시가 충청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불행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선택이니만큼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次善)의 완성을 위해 모든 세력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