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파원칼럼/최영해]등하교까지 챙기는 미국 학교
푸른물
2010. 6. 15. 16:51
특파원칼럼/최영해]등하교까지 챙기는 미국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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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0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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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남성 |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폴스처치 시에 있는 롱펠로 중학교 영재반 수업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2월 19일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캐럴 킴 교장으로부터 인터뷰를 하겠다는 허락을 받은 뒤 학교를 방문했다. 먼저 학교사무실에서 방문자 명부에 서명하고 방문 목적과 학교 도착시간을 적었다. 학교에서 나눠준 방문객 명찰에 이름을 적어 가슴에 붙이고 안내직원과 함께 교장실로 갔다. 킴 교장은 기자의 수업참관 사실을 담당교사 4명에게 모두 e메일과 전화로 알려놓은 상태였다. 매 시간이 끝날 때마다 교사들은 기자를 다음 교실로 안내해줬다. 킴 교장과 인터뷰하고 난 후 학교사무실에서 방문객 명부에 출발시간을 적고 또 서명했다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에 성조기에 충성서약을 하는 장면을 취재하려고 4월 9일 매클린 시의 프랭클린셔먼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을 통해 이 학교 비키 덜링 교장과 약속한 뒤 학교를 찾았다. 교직원은 기자의 도착시간과 함께 인적사항 및 방문목적을 적도록 명부를 내줬으며 자신의 컴퓨터에 이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외부인은 가슴에 이름을 적은 명찰을 붙이지 않으면 학교 출입을 아예 할 수 없다. 학부모가 교사와 면담하려고 학교를 방문할 때나 급한 일로 학교를 찾을 때도 예외가 없다. 미국 학교의 등하굣길을 보면 참으로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나라라는 점을 피부로 느낀다. 대부분의 학생이 노란색 학교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자가용으로 아이를 등교시키는 경우엔 반드시 차량에 학생운송 차량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새 학기 시작 전에 학부모가 이 스티커를 신청해 차량에 붙여야 학교를 드나들 수 있다. 차량은 순서에 따라 아이들을 지정된 곳에 내려줘야 한다. 경찰관과 교장 교감 및 당번교사가 아침 등굣길에 학교에서 교통정리를 도와준다. 교통정리를 하면서 학생들과 인사하는 교장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등하교 시간에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 차량을 보는 것도 일상적인 모습이다.하굣길도 마찬가지다. 담임교사가 학생을 이끌고 학교버스에 탈 때까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부모 자가용을 타고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와 당번 학생이 차를 탈 때까지 기다려 준다. 집이 학교와 가까워서 걸어 다니겠다는 학생들은 학기 시작 전에 미리 학부모가 서명한 확인서류를 학교에 내야 한다. 학교는 학교버스를 타는 아이와 자가용 탑승자 및 보행 학생을 구분해 놓고 있다.
등하교 시간도 엄격하다.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갔더라도 담임교사보다 교실에 먼저 들어갈 수 없다. 수업 시작 벨이 울리고 교사가 문을 열어줘야 학생들이 교실에 입장할 수 있다. 일찍 온 아이들은 강당에 함께 모여 교사들의 인솔을 받는다. 교사의 관찰과 보호가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규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지도교사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부모가 학생을 데려갈 때까지 끝까지 남아 학생을 보살핀다. 한 번은 교통체증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이 끝난 시간보다 30분 늦게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학교에 갔더니 교사와 단둘이 남아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의 손에 아이를 넘기기 전까지 학교에서 관리하는 것이었다. 휴일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학교를 활보한 외부 침입자에게 끌려가 봉변당한 한 초등학생 기사는 후진적인 한국 교육 시스템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스러운 사건이다.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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