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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타 셰프 장 조지의 제주도 韓食 기행제주도=신정선 기자 violet@c

푸른물 2010. 5. 22. 12:21

세계적 스타 셰프 장 조지의 제주도 韓食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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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9 03:14

연기 '펄펄' 재래식 부엌, 그가 외쳤다… "멋지다!"
한라봉·열무 등 먹어보고 냄새맡고… 호떡은 “맛있다”며 일행에게 소개
저녁에는 토속재료로 직접 요리도…

제주도를 찾은 '별 셋' 요리사는 발보다 입과 코가 더 바빴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인 장 조지 봉게리히텐(Vongerichten)은 눈앞에 펼쳐지는 온갖 식재료를 일일이 먹어보고, 맡아보고, 들여다봤다. 그가 한식 기행 다큐멘터리의 촬영 장소로 선택한 곳이 제주도. 프로그램은 내년 1월 미국 공영방송 P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오전 10시, 서귀포 5일장에서 한식 기행은 시작됐다. 해설은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김지순 원장이 맡았다. 5일장에 도착한 장 조지는 곧바로 아이폰을 꺼내 들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골목 입구에서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은 한라봉.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아침에 마신 주스가 이걸로 만든 것 같다"며 만원짜리 2장을 상인에게 건넸다. "더 주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야채전에서는 돌나물과 머위를 코에 댔다. 맛보라며 상인이 열무를 깎아주자, 순식간에 하나를 다 먹었다.

셰프 장 조지가 14일 서귀포 5일장에서 배추를 들고 웃고 있다. 왼쪽은 제주향토음식 보존연구원의 김지순 원장, 오른쪽은 행사 진행을 도운 연구원의 양호진 부장이다. /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일행 곁으로 음료수를 파는 수레가 지나가자, 장 조지가 아주머니를 불러세웠다. 800원짜리 유자차를 맛보고는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well-balanced)'며 오래 음미했다. 곧이어 눈길이 꽂힌 것은 녹차호떡. "음…, 버터, 녹차, 설탕…" 재료를 짐작해보던 그는 "맛있으니 먹어보라"며 팀원들에게도 하나씩 돌렸다.

감독 찰리 핀스키(Pinsky)는 번데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폰으로 번데기의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두어개 맛도 봤다. "어떠냐"고 물었다. 잠시 고심하던 그는 "흙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장 조지는 시장을 나서며 "이곳에는 아름다운 것이 너무나 많다"면서 "아주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행은 승용차로 40분쯤 떨어진 제주민속촌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김 원장이 제주도 몸국(해초의 일종인 모자반을 넣어 끓인 제주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여주기로 한 곳이다.

"쿨!(멋지다)" 재래식 부엌을 재현한 곳에 도착한 장 조지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뒤따라 들어선 핀스키 감독도 "여기서 사람이 살았다니 정말 놀랍다"며 "멋진 장면이 찍힐 것 같다"고 흥분했다. 김 원장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자 연기가 사방에 들어찼다.

밀짚 깔개에 쭈그려 앉은 장 조지는 연방 콜록거리면서도 김 원장의 요리 시연을 꼼꼼히 지켜봤다. 제주도 몸국에는 돼지고기, 모자반, 묵은 김치, 된장 등이 들어간다. 장 조지는 "몸국은 바다와 육지가 만난 음식"이라며 "어릴 때 어머니가 양배추와 돼지 내장을 넣고 끓여준 수프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서귀포 제주민속촌에서 토속 음식‘몸국’을 만드는 과정 을 장 조지가 유심히 지켜보 고 있다. /제주도향토음식보존연구원 제공

민속촌을 나선 장 조지는 다시 5일장으로 가 앞서 눈여겨 본 식재료를 차례차례 사들였다. 숙소로 돌아간 그가 하루의 영감을 담은 저녁 식사를 만들어 냈다. 한라봉과 매운 마요네즈로 맛을 낸 새우요리, 김치를 곁들인 흰살생선을 맛본 조명감독 이재혁씨는 "즉석에서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5일, 장 조지 일행은 이왈종 화백의 작업실을 찾았다. 이 화백이 본 장 조지는 이랬다. "성게국·갈치구이·막걸리를 함께 먹었어요. 어떤 음식이든 격식 없이 즐길 줄 아는 예술적인 사람입디다."

☞장 조지는…

1956년 프랑스 남부 알자스 출신. 16세에 요리에 뛰어들어 29세에 뉴욕타임스 레스토랑 평가에서 최고점(별 4개)을 받았다. 2006년 뉴욕 레스토랑 ‘장 조지’가 미슐랭가이드 별 3개를 받으면서 요리사의 꿈인 ‘쓰리스타 셰프’로 떠올랐다. LA·상하이·런던·파리 등 전 세계에 레스토랑 20여곳을 갖고 있다. ‘지난 20년간 뉴요커의 입맛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주간지 ‘뉴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월 반기문 유엔 총장도 자신의 디너 파티를 그에게 맡겼다. 아내 마르자(Marja)는 4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다.

장 조지 부부 "언젠가 서울서도 내 이름 건 레스토랑 열고 싶어"
세계 속 한식? '한식'이 될 수 있는 기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