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벗는 건 내가 아니라 영화 속 그녀죠"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기자의

푸른물 2010. 5. 19. 07:16

벗는 건 내가 아니라 영화 속 그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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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1 03:12

'하녀'로 두 번째 칸 레드카펫 밟는 전도연
"시나리오 이해 어려웠지만 감독님 매력에 출연 결심
지난번 칸은 부담감에 위축 이번엔 여유롭게 즐길래요"

칸 레드 카펫을 두 번째 밟게 된 전도연(37)은 꽤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그 기대는 수상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승자의 여유'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임상수 감독 새 영화 '하녀'에서 저택의 주인 남자와 밀회를 갖는 타이틀 롤을 맡았다.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는 3년 만에 다시 칸의 초청을 받았다. 13일 영화 개봉에 이어 14일 칸 레드 카펫에서 수백여 카메라 플래시 앞에 설 그녀를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칸에 가는 기분이 3년 전과 다르겠죠.

"설레고 좋아요. 전에 갔을 때는 너무나 모르고 가서 부담스러웠거든요. 무시당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관심 없는 여배우였으니까요. 이상한 열등감 같은 게 있었어요. 세계적인 감독·배우들 속에서 느끼는 위압감 같은 거죠. 아, 나는 너무 좁은 데서 복작복작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땐 기죽지 않고 당당해 보이려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지 못하고 너무 내 안에만 갇혀 있었어요. 이번에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에 대한) 관심이든 기사든."

“배우라는 직업을 갖기엔 너무 평범한 아이였다”는 전도연은 이제 배우라는 직업을 빼고 말하기엔 너무 특별한 사람이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그래도 시상식 기억은 또렷하지요.

"레드 카펫을 밟고 입구에 갔는데 저더러 티켓을 달라는 거예요. 너무 당황해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했었는데, 시상식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숙연해졌어요. 이 안에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 내가 성공했구나, 참 잘 살았네 하는 생각도 들고. 정작 내가 호명되고 무대에 나가 소감을 말하고 했을 때는 뭘 어떻게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무아지경이었죠."

―벌써 외국 언론들 인터뷰 요청이 밀려 있다고 들었습니다.

"3년 전 그 여배우가 다시 경쟁부문에 온다고 하니까,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하는 것 아닐까요."

―'하녀' 완성본을 보니 어떻습니까.

"감정적으로 치우친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완성본을 보니까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김기영 감독님의 원작과 톤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예요. 임상수 감독님도 원작을 참고하라고 말한 적이 없죠."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시나리오에 만족했던 건 아니에요.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거든요. 돈이 궁하지도 않고 고등교육까지 받은 여자가 왜 남의 집에 가서 허드렛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렇지만 임상수 감독님이 매력적이었어요. 워낙 평범한 얘기를 냉소적이고 적나라하게 보는 감독이니까, 그런 분이 만든 '하녀'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노출 연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겠죠.

"공통 질문 1위죠. '야하다'는 것의 시각적 파격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 이 영화에서 다른 쪽으로 에로틱한 느낌을 주고 싶어한 것 같아요. 하녀는 사건을 저지르거나 하지 않고 그때그때 본능에 솔직한 인물이죠."

―스크린에서 자신의 누드를 보는 느낌은 어떻습니까.

"그게 영화 속 인물로 보이지 저 개인으로 보이지 않아요. 거울을 보는 것과는 다른 거죠."

―그것을 '프로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해피 엔드'때 노출 장면 때문에 엄마가 울면서 '너 시집 못 가면 어떡하느냐'고 말했어요. 그때 제가 '엄마, 나 시집 잘 보내려고 배우시킨 것 아니잖아'하고 되레 위로했죠. 그 말을 하고 제 방에 들어왔는데, 제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로소 '난 배우야' 하고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올해 칸에서는 뭘 하고 싶습니까.

"기차여행도 하고 싶고, 바닷가도 거닐고 싶어요. 3년 전에 갔을 때는 방에만 틀어박혀서 시내 구경도 못했거든요."

―또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또 받으면 은퇴한다고 말했어요. 그럴 일이 없으니까요. 하하."

칸의 여우주연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이자벨 위페르와 헬렌 미렌이 그런 경우다. 그래서 전도연의 농담은 수정해 들을 만하다. "은퇴 전에 다시 한번 받고 싶다"는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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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업데이트] 칸의 여왕에서 '하녀'로 돌아온 전도연 - 8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