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세심(洗心)’- 라종억(1947~ )

푸른물 2010. 1. 24. 06:24

세심(洗心)’- 라종억(1947~ )

겨울밤 창문을 활짝 여니

창 밖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던 달빛이

비둘기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

행여 놓칠세라

한줌 매운 겨울바람도

뒤쫓아 날아들었다

문득 가슴에서 깃털을 갈던

백로 떼가

일제히 달빛을 향해 날아갔다

심방(沁芳)의 방 앞에

도도히 흐르는

엄마의 강물

마음을 실은 쪽배가

세심 세심

노 젓는 소리로

밤은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