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새떼’- 박남희(1955~ )

푸른물 2009. 12. 19. 07:59

새떼’- 박남희(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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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와 울음이 만나면

하늘은 점점 어두워진다



어둑어둑

저녁 들판을 떠메고 가는 것들을

말 없이 바라보다가

날개 없이

울음만 붙들고 서 있는

저 수수깡들


너른 들판 평행에 수직의 깊이로 선 것들. 여름날의 미루나무 그리고 수확 끝낸 가을날의 수수깡들. 빈 바람 하릴없이 수수깡 하모니카 부는 소리 날아오르는 새떼. 새떼같이 가볍게 날아오르지 못하고 수직으로 붙박여 말라가는 수수깡의 황량함. 눈이라도 펑펑 내릴 듯 하늘 멍들더니 이내 축축이 젖어들고 만 가을날의 우수(憂愁). 빈 들녘 저 수수깡들 울음의 나침반.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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