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서 리
푸른물
2009. 9. 25. 07:08
서 리
보기 좋던 황금 들녘을 너로 인해 숨죽이게 하고
푸르던 배추밭도 너로 인해 풀 죽이는
너는 남이 잘 되는 걸 보지 못하는
고약한 성격인가 보구나.
네가 올까 봐 네가 오기 전 서둘러야 한다며
농부들은 허둥지둥 황금이삭을 미련 없이 베어 버리고
탐스럽게 살찐 배추를 서둘러 뽑아 버리는 걸 보니
너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인가 보구나.
너는 밭에 그나마 살아남은 생명들의 희망을
무참히 뺏어버리고 마는
집달관처럼 인정사정없는 걸 보니
가슴이 없는 냉혈존재인가 보구나.
우리도 너처럼
다른 사람의 희망의 싹을
짓밟은 적은 없을까
되돌아보게 하는구나.